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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히 간직한 배우의 꿈, 우리 동네에서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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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히 간직한 배우의 꿈, 우리 동네에서 펼칩니다"

입력
2024.03.07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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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기 용산 구민 배우 오디션 현장]
11세부터 66세까지 참가, 연령대 다양
공통점은 '절실함', 20대 '패기'로 무장

5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용산구청 인터넷방송국에서 열린 '제1기 용산 구민 배우' 오디션에서 박종문씨가 카메라 테스트를 받고 있다. 용산구 제공

5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용산구청 인터넷방송국에서 열린 '제1기 용산 구민 배우' 오디션에서 박종문씨가 카메라 테스트를 받고 있다. 용산구 제공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용산구청 인터넷방송국. 이곳에 마련된 오디션장으로 들어선 박종문(65)씨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하던 중 “이제 연기 한번 볼게요”라는 심사위원 말에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대본 속 철부지 아들을 나무라는 아버지 역할에 ‘완벽 빙의’한 연기를 펼치자 오디션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용산구는 ‘제1기 용산 구민 배우’ 10명을 선발하는 오디션을 열었다. 최종 합격한 구민 배우는 12월까지 구 공식 유튜브에 출연해 연기와 춤을 선보인다. 앞서 지난달 ‘용산구에 거주하거나, 학교 및 직장이 용산구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았는데 총 112명이 지원했고, 서류 심사를 통과한 30명이 오디션에 참여했다. 오디션은 미리 전달된 대본 연기 카메라 테스트를 한 후 개별 각오와 개인기를 소개하는 순서로 1명당 10~15분간 진행됐다. 심사단 4명은 구 인터넷방송국을 관리하는 프로듀서(PD)와 작가 등으로 구성됐다.

"20대 시절 꿈 되살리기 위해"

최고령 참가자 맹완호씨가 심사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용산구 제공

최고령 참가자 맹완호씨가 심사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용산구 제공

참가자 연령은 11세부터 66세까지 다양했지만 나이와 관계없이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가슴 한편에 배우의 꿈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인 만큼 누구보다 ‘절실’했다.

5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모델과 배우를 병행하고 있다는 박씨는 40여 년 전, 대학생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2년 정도 모델 생활을 했다. 이후 광고 연출자로 직업을 바꾼 뒤 촬영 현장에서 연예인들을 보며 늘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다. 그는 코트와 우산을 준비해 연극의 한 장면을 재현하고 노래를 부르며 ‘물 만난 물고기’처럼 끼를 발산했다. 최고령 참가자 맹완호(66)씨도 바쁜 직장 생활에 치여 배우의 꿈을 잊고 살다가 퇴직 후 연기 학원을 다니고, 공익 광고와 단편 영화에 출연하면서 늦게나마 꿈을 펼치고 있다. 그는 “떨어지면 창피하니 두 아들에게 지원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데, 합격하면 가장 먼저 자랑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소정(27)씨가 뉴진스의 '하이프 보이(Hype Boy)'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권정현 기자

최소정(27)씨가 뉴진스의 '하이프 보이(Hype Boy)'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권정현 기자

젊은 참가자들은 ‘절실함’에 ‘패기’를 더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왔다는 고3 수험생 김승우(17)군은 “용산구를 위해서라면 ‘고3’ 타이틀의 무게는 잠시 내려놓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소정(27)씨도 개인기를 묻는 질문에 “노래도 춤도 연기도 다 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외쳤다. 이어 뉴진스의 ‘하이프 보이(Hype Boy)’ 노래가 흘러나오자 범상치 않은 춤 실력을 선보였다. 아역배우로 활동 중인 최연소 참가자 김소민(9)군은 긴장한 기색도 없이 연기를 마친 후 강아지 소리 성대모사와 다리 찢기 개인기까지 선보여 심사위원들로부터 ‘엄마 아빠’ 미소를 유발했다.

"엄마가 연결해 준 인연"

김소민군이 카메라 테스트를 받고 있다. 용산구 제공

김소민군이 카메라 테스트를 받고 있다. 용산구 제공

구민 배우 활동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기 위해 문을 두드린 이들도 있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나는 꿈을 꾸었네(I Dreamed a Dream)’를 열창해 감동을 자아낸 김소희(51)씨는 3년 전, 대장암에 걸린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용산구에 있는 모친 집으로 이사 왔다. 올해 초 어머니를 하늘로 떠나보낸 뒤 혼자 남은 집에서 모친 빈자리를 실감하던 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구민 배우 모집 소식을 접했다. 그는 “엄마가 연결해준 인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신청했다”며 “구민 배우가 돼서 용산구의 좋은 소식들을 전하고, 나도 새 도전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연극배우를 택한 남지수(29)씨도 “나에겐 지금 모든 도전 하나하나가 뜻깊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망가져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할 수도 있는데 괜찮냐”는 심사위원 질문에 그는 “배우에게 망가질 수 있는 기회는 영광이다”라며 오히려 의지를 불태웠다.

심사단은 참가자의 연기, 대사, 표정, 활동 각오 등을 종합 평가한 뒤 7일 합격자들에게 결과를 통지할 계획이다. 심사를 맡은 허진용 부장(PD)은 “구민분들이 예상보다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셔서 놀랐다”고 엄지를 들었다.

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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