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말 BIS '신용 갭' 분석
44개국 중 한국·일본만 '경보' 단계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 225.5%
국제결제은행(BIS)이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부채 규모에 대해 14분기 연속 ‘위험’ 경고등을 켰다. 197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장기간이다.
6일 BIS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신용 갭(Credit-to-GDP gap)’은 지난해 3분기 말 10.5%포인트로 집계됐다. 10%포인트를 초과하면 ‘경보’, 2~10%포인트면 ‘주의’, 2%포인트 미만이면 ‘보통’ 단계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2020년 2분기 말 12.9%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3년 넘게 10%포인트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신용 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기업부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보여주는 부채 위험 평가 지표다. 현재 민간신용 비율의 상승 속도가 과거 추세보다 빠를수록 숫자가 커진다. 한국의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225.5%로 2020년 1분기 말(200%) 이후 15분기 연속 200%를 웃돌았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5%,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24%였다.
한국의 신용 갭은 2017년 4분기 말(-2.9%포인트)을 변곡점으로 상승 전환해, 2019년 2분기 말(3%포인트)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코로나19 이후 가계와 기업 빚이 급격히 늘면서 신용 갭도 치솟았고, 2021년 3분기 말(17.4%포인트)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다시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빨간불’이 켜져 있는 상태다.
과거를 돌아봐도 신용 갭이 10%포인트를 넘나든 기간이 이토록 장기간 지속된 사례는 드물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4분기 말(13.2%포인트)부터 1998년 3분기 말(10.5%포인트),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말(10.7%포인트)부터 2009년 4분기 말(11.2%포인트)에도 각각 4분기, 5분기 연속에 그쳤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지난해 3분기 말 ‘경보’ 단계 국가는 44개 조사 대상국 중 일본(13.5%포인트)과 한국뿐이다.
BIS가 제시하는 신용 갭은 국가 간 비교에 용이하지만, 동일한 기준을 일괄 적용하기 때문에 각국의 경제 사정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신용 주기와 경제 환경을 반영한 지표는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를 참고하면 된다. 한은이 추산한 가계신용 갭은 2022년 3분기(-0.3%포인트) 마이너스(-)로 전환한 이후 지난해 3분기 마이너스 폭이 -5%포인트까지 확대됐고, 기업신용 갭은 7.6%포인트로 큰 폭의 플러스(+)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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