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자하로바 내한 공연 '모댄스' 논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문화계 최측근으로 꼽히는 러시아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45)의 다음 달 한국 공연을 앞두고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이 공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사관은 다음 달로 예정된 자하로바의 내한 공연 '모댄스'와 관련해 4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공연을 강행하는 것은)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경시하는 것과 같다"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의견과 문화 교류의 포용성을 존중하지만, (한국은 전쟁)범죄를 저지른 러시아 정권 및 문화계 인사들과의 문화 협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도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계속되는 가운데 자하로바라는 인물의 정치적 배경을 생각하면 과연 이번 공연을 아름다운 예술로만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하로바는 다음 달 17일과 19∼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모댄스' 공연에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주역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그는 세계 최정상급 무용수다.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이자 이탈리아 라 스칼라 발레단 에투알(수석무용수)로,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두 번 받았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 소속으로 연방의회 하원(두마) 의원을 지내 정치색이 짙다. '푸틴의 발레리나'라고 불릴 정도다. 우크라이나 태생임에도 2013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지지 서명에 동참했다.
예술과 정치의 경계를 두고 공연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장광열 무용평론가는 "국가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 공연계도 국가의 정책적 기조나 국제사회와의 연대 등을 고려해 공연을 기획해야 할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는 "공연과 정치를 연계하면 예술의 발전 속도를 늦춘다"며 "세계 무대에서도 최고 수준의 일부 러시아 무용수들에 대해서는 무대를 열어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러시아 무용수들의 다른 내한 공연으로 불씨가 번질 조짐도 있다.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주역 무용수들의 '볼쇼이 발레단 갈라 콘서트 2024 인 서울'(볼쇼이 갈라)은 다음 달에,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이 마린스키·볼쇼이·파리오페라발레 등 6개 발레단의 스타 무용수들과 함께 공연하는 '발레 슈프림'은 5월에 공연된다. '볼쇼이 갈라'를 기획한 최준석 발레앤모델 대표는 "무용계 발전을 위해 발레 본고장의 공연을 더 널리 소개하고 싶은 마음으로 기획했다"며 "정치적인 부분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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