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 1주년]
새변 의견 내는 기준은 '화제성' 아닌 '공익성'
"우리 사회 방향성 논의에 불씨 지피는 역할"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청년층을 대변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는 단체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새변)’이 오는 21일 출범 1년을 맞는다. 새변은 이른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변호사 200여 명이 구성한 변호사 단체다. 이념과 정치에서 벗어나 청년 세대가 피부로 느끼는 사회 문제를 연구하고, 입법을 제안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실제 지난 1년간 저출생, 전세사기, 혐오 범죄 등에 집중해왔다. 최근 서울 송파구 한 사무실에서 새변 소속 변호사인 우지현(34)·김희영(34) 공동대표와 송지은(38) 이사, 김지연(32) 대변인을 만났다.
"국민 실생활과 맞닿은 사안 다뤄야"
송지은(38) 이사는 변호사가 된 이유와 새변을 시작한 이유가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것. 그는 “변호사 생활 10년간 법이 문제지만, 당장 개정할 수 없어 억울한 고객들을 봐왔다”며 “입법 제안으로 그들의 억울함을 사전 예방하고 싶었다”고 힘줘 말했다. 김희영(34) 대표도 “변호사 9년 차에 가정도 꾸리다 보니, 처음 변호사를 꿈꿨던 ‘공익’이라는 가치를 잃었다는 회의가 들었다”며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활동하게 됐다”고 했다.
수많은 사안 가운데 새변이 의견을 내야 한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화제성이 아닌 ‘공익성’이다. 송 이사는 “국민 실생활과 맞닿은 사안을 다루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연(32) 대변인은 “’새변 아니면 누가 이런 문제를 세상에 알리겠나’ 싶은 청년층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부연했다. 모임 내 소통 방식은 자유롭다. 매주 일요일 오전 8시 화상 회의를 하고,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는 24시간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는다.
청년 괴롭히는 일·가정 양립, 전세사기 해결책 제안
지난해 새변은 민간 베이비시터도 범죄 경력 등을 확인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킹맘’이 적지 않은 새변 구성원들의 경험에서 문제의식이 싹텄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4명 중 3명(송 이사, 김 대표, 김 대변인)이 워킹맘이다. 2022년 아이를 낳은 후 90일 만에 직장에 복귀해 민간 베이비시터를 고용했던 송 이사는 그 베이비시터가 단란주점 업주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송 이사는 “그런 사람에게 아이를 맡겼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며 “현행법상 직업소개소를 통해 베이비시터를 구할 때 아동학대 전력조차 확인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변은 베이비시터 검증을 강화하는 내용의 ‘아이돌봄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안했다. 올해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입법 정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아이 둘을 키우면 매일 부도를 막는 심정이라고 한다”며 “청년층이 현실적 여건 때문에 아이를 가지는 걸 포기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적극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새변의 주요 활동 가운데 지난해 수많은 이들을 고통에 몰아넣은 전세사기도 빼놓을 수 없다. 새변 창립 직후인 지난해 4월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두 명의 피해자가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새변은 전세사기 피해를 본 청년 67명을 설문조사해 피해 상황과 액수, 수법을 파악하고, 구제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방향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우지현 대표는 “피해자가 잃은 돈을 복구받지 못하는 이상 사건은 해결되지 않은 거나 다름없다”며 “보증 보험 등 구제 방안이 있지만, 절차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피해자를 보호해주는 현실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사기당해 잃어버린 1억 원의 무게감이 20·30대에게 얼마나 클지에 공감하고 심각성을 느껴 연구를 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름처럼 '새로운 미래' 만들고 싶어"
말 못 할 고충도 많았다. 김 대표는 “다들 본업 외 시간을 쪼개가며 활동했다”며 “아이를 재우고 새벽에 1시간씩이라도 시간 내 입법 연구를 했다”고 털어놨다. 김 대변인은 “(정치, 이념적으로) 치우치지 않으니 온전한 ‘내 편’이 없다는 외로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결론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목소리만 내기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직접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출범 당시 취지를 지키며 신뢰와 인지도를 쌓으면 언젠가 이름처럼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게 새변 구성원들의 공통 바람이다. 우 대표는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에 불씨를 지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