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애플에 당초 예상 3배 넘는 과징금 부과
여파 촉각... 애플 장기 수익에 타격 불가피
다른 빅테크 반독점 판단에도 영향 미칠 듯
미국 뉴욕 증시에서 4일(현지시간) 애플 주가가 2.54% 하락하며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같은 날 애플에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따른 여파다. 2019년 시작된 애플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와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유통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불공정 관행을 이어왔다'는 게 EU의 판단이었다.
시장에서는 당초 예상(5억 유로)의 3배가 넘는 과징금 액수도 문제지만, 애플에 그 이상의 치명타를 안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그 후폭풍은 애플을 넘어, 미국의 다른 주요 기술기업(빅테크)들에까지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U와 미 빅테크 간 '전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애플 "스웨덴 기업 스포티파이, EU 65번 만나" 반박
애플은 EU 집행위의 발표 직후, 1만 글자에 달하는 반박문을 냈다. "EU 집행위 결정은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음에도 이뤄졌다"는 게 애플의 입장이다.
EU 집행위는 애플이 자사 앱스토어에서 유료 콘텐츠를 구입하는 '인앱 결제'를 유도하기 위해 외부 앱 개발자들의 자체 결제 방식 안내를 제한해 왔다고 봤다. 겉으로는 외부 결제 길을 열어 뒀으나, 그 과정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 수법으로 사실상 인앱 결제를 강제했다는 것이다.
애플은 그러나 이를 '편파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대다수 개발자(약 86%)는 애플에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애플의 반독점법 위반 문제를 제기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가 스웨덴 기업임을 지적하며 "스포티파이는 이번 조사 기간 동안 EU 집행위와 65번 이상 만났다"고 밝혔다. EU 집행위가 유럽 기업 보호를 위해 '팔이 안으로 굽는' 결정을 내렸다는 뜻이다.
초강력 규제법도 곧 시행... 빅테크 더 옭아맬 듯
과징금 부과 전까지 애플은 EU에 납작 엎드리는 모드를 취했다. 다른 앱 장터를 통한 앱 내려받기를 허용했고, 인앱 결제 수수료 인하 등 새 정책을 자발적으로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즉각, 그리고 거세게 반발한 것은 '애플의 장기적 수익성에 막대한 손실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의 서비스 부문 수익은 연간 850억 달러(약 113조 원) 이상인데, 이 중 대부분이 앱스토어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다. 애플이 EU 결정에 따라 유럽에서 앱스토어 정책을 변경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바꾸라는 압박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의 수익성 둔화를 감안할 때, 애플은 앱스토어를 개방시키려는 모든 시도에 적극 대항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나아가 애플뿐 아니라 미국 빅테크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비슷한 조사를 받고 있는 업체들도 줄줄이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EU는 메타의 온라인 광고 시장 반독점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오픈AI 투자에 대해서도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
여기에다 7일부터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빅테크 규제'로 불리는 디지털시장법(DMA)이 시행된다. DMA는 빅테크가 유럽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할 경우 연 매출의 10% 상당 벌금을 부과하는 게 골자로, 적용 대상이 애플·MS·구글·메타 등 대부분 미국 빅테크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 과징금 부과는 (빅테크에 대한) 벌금을 확대하겠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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