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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봤더니] 청소기 어차피 내가 미는데 AI기능 왜 넣었을까

입력
2024.03.13 16: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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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비스포크 제트 AI 스틱 청소기 2024'

삼성전자 스틱청소기 2024년형 비스포크 제트 AI. 관계자는 "신혼 맞벌이 부부를 타깃으로 개발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스틱청소기 2024년형 비스포크 제트 AI. 관계자는 "신혼 맞벌이 부부를 타깃으로 개발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제공


이 아이의 포지셔닝(기업이 추구하는 소비자 마음속 제품의 이미지)은 뭘까.

일주일 동안 삼성전자의 최신형 스틱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AI 2024'를 쓰면서 내내 든 생각이다. 어차피 손으로 방 구석구석을 밀어 청소하는 전자 제품인데 인공지능(AI) 기능을 담아본들 획기적 가사 해방을 기대할 수 있을까. 출고가 164만9,000원짜리 청소기를 살 소비자가 한 달에 몇 번이나 제 손으로 청소를 할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명품 가방이나 호텔 뷔페 말고 청소기 자랑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삼성전자는 "신혼, 맞벌이 부부를 타깃으로 만든 제품"이라고 밝혔다.

2024년형은 이전 시리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비스포크 제트 AI는 이름처럼 AI 기능을 담아 마루와 대리석, 장판과 카펫 등 바닥 재질에 따라 흡입력을 알아서 조절하는 게 특징이다. 일반 제품에 비해 배터리 사용량이 25% 줄어 한 번 충전해 오래 쓴다. 일반 청소용, 구석 청소용, 물걸레 등 노즐을 바꿔 끼우면 그걸 인식해 흡입력 단계 설정도 바꾼다. 2024년형은 모터 힘이 더 세졌고 방구석을 밀면 흡입력이 자동으로 더 세지는 기능이 추가됐다. 청소기 스틱의 각도에 따라서 빨아들이는 능력을 스스로 조절한다. 충전 시간은 기본 용량 배터리 210분, 대용량 배터리 300분이다.

제품을 조립하면서 '어르신들이 쓰려면 직원의 방문 서비스가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제품 보증서는 A4용지 달랑 한 장, 제품 설명은 모두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어 동영상을 보도록 만들었다.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취지라는데 어떻게 해서 동영상 만들고 볼 때 배출하는 탄소 양이 인쇄물 만들 때 배출하는 탄소 양보다 더 적은지 회사 측은 답하지 않았다. 다만 "고객 센터로 요청하면 택배비만 받고 설명 책자를 보내드린다"고 했다.



노즐·바닥 재질 파악해 흡입력 조절

삼성전자 스틱청소기 2024년형 비스포크 AI.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스틱청소기 2024년형 비스포크 AI. 삼성전자 제공


기본 용량 배터리를 충전한 뒤 청소기를 켰다. 모터 겸 배터리가 달린 알림창의 전원 버튼을 누르니 'AI 모드'란 글자가 표시된다. 곧 우리 집 바닥 상태를 볼 때 AI모드로 청소할 수 있는 시간이 '57분'이란 글자로 바뀐다.

310와트(W)의 초강력 모터라지만 다이슨 등 다른 프리미엄 청소기와 비교해 AI모드에서 강한 흡입력을 체감할 순 없다. 흡입력을 높이려면 전원 오른쪽 플러스 버튼을 눌러 강력, 초강력, 제트 모드로 바꾸면 된다. 그만큼 한 번 충전에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다. 기자의 집 바닥 상태에서 강력은 43분, 초강력은 24분, 제트는 18분이 떴다. AI모드를 쓰면 한 번 충전으로 84~103㎡ 집 안을 꼼꼼하게 청소할 수 있는데 본체가 무거워(다이슨과 비슷한 2.67kg) 청소 중간중간에 쉬었다. '한 번 충전에 집 안 청소 끝내는 배터리 용량'이라는 특징이 40대 한국 여성 입장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배터리가 충전이 다 돼도 충전기 전원이 계속 켜져 있어 콘센트에서 코드를 뽑지 않는 이상 전력은 계속 소모된다. AI 기능으로 배터리 전력을 아껴서 무슨 장점이 있는지 일주일 사용으로는 알기 어려웠다. 삼성전자는 "충전 중 전력량과 충전 후 대기 전력량은 차이가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알려주지 않았다. 스틱형 청소기에 고온 스팀물걸레 기능을 추가한 점은 마음에 들었지만 일반 스팀 청소기에 비해 기능은 아쉬웠다. 분사된 물 양이 적어 6.6㎡마다 한 번씩 추가 물 분사 버튼을 눌렀고 '고온'도 체감하긴 어려웠다.

처음으로 돌아가 이 제품을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쓰라고 추천할까. '수제 청소'의 장점은 잔털 등 로봇청소기가 말끔하게 씻어내지 못하는 바닥의 미세먼지를 제대로 없앨 수 있다는 것. 갓난아기를 키우거나 천식 환자가 있어 청결한 방바닥을 유지해야 하거나 털이 많이 빠지는 반려동물을 키우면 맘먹고 장만하겠구나 싶었다. 2024년형 제품도 이 기능을 개선했다. 마루용 브러시는 머리카락이 감길 걱정을 덜어낸 안티탱글 구조로 설계됐고 청소기 먼지통 속 먼지를 충전기 먼지봉투로 옮겨주는 '청정스테이션'은 회전 사이클론 기술을 적용해 머리카락을 99% 배출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는 최근 비스포크 제트 AI를 '애완동물 털 제거에 가장 효과적인 무선 스틱청소기'로 뽑았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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