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배려" 한목소리 강조

엄상필(왼쪽 사진)·신숙희 신임 대법관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1
엄상필(56∙사법연수원 23기), 신숙희(55∙25기) 두 신임 대법관이 4일 6년의 임기를 시작하며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대법관 2명이 취임하면서 대법원은 '중도 보수' 성향 대법관이 확고히 우세한 구도로 재편됐다.
대법원은 이날 오전 10시 엄 대법관과 신 대법관의 취임식을 열었다. 이들은 취임식에서 한 목소리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신 대법관은 소설 '제인 에어'를 쓴 여성 작가 샬럿 브론테가 남자 이름을 연상케 하는 가명(커러 벨)으로 작품을 낼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여전히 사회적 편견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분들의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엄 대법관 역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임무임을 잊지 않으면서 공동체와 다수의 이익을 함께 살피겠다"며 균형적 시각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자유와 권리를 수호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선언하겠다"면서 "왼쪽과 오른쪽을 빠짐없이 둘러보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최고법원 법관으로서 느끼는 막중한 책임감과 포부도 밝혔다. 엄 대법관은 "경험과 시야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위에서 지혜를 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 제 소망이고 다짐"이라고 말했다. 신 대법관은 "많은 사법부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동의하고 따를 수 있는 방식과 내용을 늘 고민하고 실천하려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경남 진주시 출신으로 1997년 법복을 입은 엄 대법관은 출중한 재판 능력을 갖춘 '정통 법관'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했던 약 5년을 제외하곤 사실심 재판만 맡았다. 1996년 법관에 임용된 서울 출신의 신 대법관은 법원 내 엘리트 코스로 알려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 여성 최초로 발탁됐다. 2020년엔 젠더법연구회장을 맡았다.
안철상(중도)·민유숙(진보) 전 대법관이 퇴임하고 엄상필·신숙희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은 '중도∙보수'대 '진보' 구도가 7대6에서 8대5로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진보 쪽이 수적 우위를 차지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선 잇달아 중도·보수 성향 법조인이 진보 성향 퇴임 대법관의 빈자리를 차지하는 중이다. 판례 변경 등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을 다루는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을 포함해 13명의 대법관이 다수결로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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