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슴·복부 다쳐…"살아있는 게 기적"
"범행 타의로 중단됐는데 왜 감형이냐"
"출소 후 앙심 품고 보복할까 두려워"
헤어진 연인을 스토킹하다 신고당하자 직장에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이른바 '부산 멍키스패너 사건'의 피해자 가족이 "출소 후 가해자의 보복 범죄가 두렵다"고 호소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 멍키스패너 사건, 1년 전 오늘이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피해자의 언니라고 밝힌 작성자는 "그동안 하루하루 버텨왔는데 도저히 이 상태로는 참을 수가 없어서 용기를 냈다"고 썼다.
사건은 지난해 3월 2일 발생했다. 가해자 A씨는 전 여자친구인 B씨의 직장에 찾아가 그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치고 여러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를 말리던 B씨 직장동료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손을 다치게 했다. A씨는 피해자와 헤어진 뒤 스토킹하다 피해자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작성자는 "병원에서 동생을 마주하기도 전에 본 건 피가 잔뜩 묻은 사원증과 옷가지였다"며 "멍키스패너로 가격당해 (동생의) 왼쪽 머리는 7cm가 찢어지고, 칼로 가슴과 복부를 여러 차례 찔려 심한 손상을 입었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당시 담당 의사는 "칼이 조금만 더 들어갔다면 심장을 찔려 사망했을 거라며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고 작성자에게 말했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전부터 위협을 느끼고 계속 가해자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는 그때마다 "우리 아들은 칼로 위협하고 죽일 애가 아니야. 아들 기분 풀리게 B씨가 먼저 연락을 하면 안 될까? 경찰에 신고하면 우리 아들 잘못되니까 경찰에 신고는 하지 마"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작성자는 밝혔다. 경찰도 "가해자 번호를 차단하지 않으니 스토킹당하는 거다. 번호를 차단해라"라고 무성의한 대응을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위협 의도 없었다?… 변명 같지도 않은 변명"
작성자는 법정에서 가해자가 내놓은 변명에 기가 막혔다고도 토로했다. 앞서 피해자에게 "내가 경찰이 무섭고, 법이 무서웠으면 이렇게 행동하겠냐", "오늘 큰마음 먹고 왔다. 너를 없앨까 네 주변 사람을 없앨까"라는 등의 협박을 했던 가해자가 법정에선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작성자는 "가해자는 법정에서 피해자를 위협할 의도와 살인할 고의가 없었다며 본인 자해를 위해 흉기를 구입했다고 변명 같지도 않은 변명을 하더군요"라고 전했다.
또 가해자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선처 탄원서 내용에도 경악했다고 했다. A씨 어머니가 "축제 행사장에서 (피해자가) 웃으며 지나가는 건강한 모습을 보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믿었던 B씨가 저렇게까지 하나 싶어 야속하기도 하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는데, 축제엔 간 적이 없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이다. 작성자는 "허위 선처 탄원서"라며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다"고 분노했다.
작성자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20년 형보다 낮은 15년 형이 선고된 건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가해자가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미수에 그쳐 사망이란 결과에 이르지 않은 점, 가해자 가족이 선처를 구하는 점 등을 양형 사유로 참작했다. 작성자는 "가해자의 공격은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제압돼 중단됐는데 왜 감형을 해주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며 "직장 동료 중 누군가 동생의 목소리를 듣고 나와주지 않았으면 동생은 사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출소 후 앙심을 품고 (가해자가) 또다시 보복성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를까 봐 벌써 두렵고 무섭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관심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올해 1월 A씨는 2심에서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형사2-2부(부장 이재욱)는 살인미수,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원심이 선고한 징역 15년 형을 유지했다. 검찰이 청구한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기각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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