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지역의 봄꽃축제 소식에도, 꽃샘추위가 매섭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주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나 지난 2년간 누적된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의 위험도 표면화되고 있다. 워런 버핏이 "수영장 물이 빠지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고금리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금리 취약 부문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하락으로 뉴욕 커뮤니티 은행 등 국내외 투자기관의 손실이 확대되고, 부채 의존도가 높은 가계와 기업의 이자비용 부담도 점차 가중되면서 시장의 초점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환, 즉 피벗(pivot) 시기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제 성장세나 디스인플레이션 속도를 감안할 때 피벗 시기는 기대보다 지연되고, 국가별 통화정책 차별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투자은행 바클레이가 글로벌 경기 동향을 "미국의 압도적 우위(No end to US exceptionalism)"라고 평가할 정도로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피벗 예상 시기가 이월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강력한 소비와 투자에 힘입어 작년 3분기 4.9%, 4분기 3.3% 고성장을 기록하면서 경기 연착륙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나, 지난 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전월 대비 0.4% 상승하는 등 디스인플레이션 속도는 더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독일 영국 등 유럽 지역과 일본 경제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는 등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의 피벗 시기를 6월이나 그 이후로 조정하고 있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구체적인 피벗 이행 시점은 무엇보다도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에 좌우될 것이다. 미국의 주요 경기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섣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이 좀비처럼 되살아날 우려가 있어 금리인하 결정은 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시기나 경로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열어 두고 세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연준이 지표의존적 정책결정방식을 표명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고용·물가 등 주요 경제지표의 가시적 둔화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나, 누적된 고금리 피로도가 갑작스럽게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경제의 AI·반도체 등 특정 부문 쏠림현상 심화와 선거·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공급망 불안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어 향후 돌발악재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보험성 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정책 종료와 함께 경기침체에 지친 유럽 지역이 예상과 달리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하에 나서고, 미국은 인하 시기를 지연시킬 경우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고금리 장기화가 지속되면서 시장의 피벗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피벗 기대가 점차 커지면서 경제지표의 작은 움직임에도 시장은 크게 출렁이고, 시장 간 금리 차 축소 기대로 자금이동과 주가·환율 등 자산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인하 폭도 과거 초저금리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는 보이질 않아 금리 취약 부문 부담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 모두 다양한 피벗 시나리오를 마련해 국제금융시장 전환기의 위험에 대비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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