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김소현 단독 인터뷰
2021년 이후 3년 만 '마리 퀴리'로 복귀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열정 장인
"마리 퀴리 역할은 제 인생을 돌아보는 캐릭터가 됐어요." 공주와 황후 전문 배우였던 김소현이 이전의 연장선이 아닌 '마리 퀴리'로 무대에 섰다. 누군가는 김소현의 '마리 퀴리'를 보고 뮤지컬 인생의 세 번째 장이 올랐다고도 바라봤다. 지난 2021년 '마리 앙투아네트' 이후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로 복귀하면서 무대와 관객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낀 김소현을 만나 소감을 들었다.
최근 김소현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뮤지컬 '마리 퀴리' 관련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개막한 '마리 퀴리'로 김소현은 '인생 캐릭터'를 또 다시 갱신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여성 이민자라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 속에 맞서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고 최초로 노벨상을 2회 수상한 과학자이자 인간이었던 마리 퀴리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먼저 김소현이 3년 만의 공백을 깨고 '마리 퀴리'를 선택한 이유와 그간의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공백이 유독 아쉬웠다고 토로한 김소현은 "뮤지컬 데뷔하고 이렇게 길게 활동을 안 한 적이 처음이다. 출산 후에도 이렇게 길지 않았는데 본의 아니게 시간을 오래 갖게 됐다. 이렇게 오래 쉴 계획이 아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다시 무대로 돌아온 김소현에게 관객들의 환대가 쏟아졌다. 늘 기대 이상의 기량으로 관객들의 귀와 눈을 즐겁게 만드는 김소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소현에게 '마리퀴리'는 단순히 복귀작 그 이상이다. 김소현은 "관객들이 반갑게 맞아주시니 '쉬지 말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좋은 캐릭터를 많이 했지만 이렇게 공감하고 많은 분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희망을 주는 작품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저도 인생에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김소현은 지난해 숨가쁘게 '마리 퀴리'로 달렸고 어느덧 김해 안동 광주 공연만을 남겨두고 있다. 김소현은 작품을 제안 받았을 때를 떠올리면서 "처음에는 과학자의 삶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연습을 시작했는데 '당신은 과학을 왜 하냐'라는 대사에 눈물이 났다. 역할과 제 자신이 만나는 순간이 있는데 눈물이 왈칵 났다. 저도 너무 놀랐다. 부끄럽지만 그런 소중한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마리한테 라듐이나 과학이란 평생의 숙제이지만 또 하나의 이정표 같은 의미기 때문이다. 김소현은 그 질문을 반추하며 자신이 공연을 하는 이유를 돌아봤다. "이 작품을 통해 저를 많이 돌아봤습니다. 내가 마리만큼 열심히 살았는지 반성도 했죠. 뮤지컬을 떠나있던 시기를 마리를 통해 다시 돌아보고 열심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뮤지컬 배우로서는 잠시 일을 쉬었지만 그동안 김소현이 마냥 공연을 손놓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개최된 제67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김소현은 남편 손준호와 함께 축하 공연에 나섰다. 이날 '내일로 가는 계단' '축배의 노래' 듀엣을 마친 부부에게 관객들은 함성과 박수를 보내며 뜻깊은 시간을 만들었다. 당시를 떠올린 김소현은 "미스코리아들이 자신의 꽃을 피우는 시작점, 커리어를 시작하는 날 축하공연에 서게 돼 너무 좋았다. 미스코리아 당선자들이 앞으로 어떤 인재로 꽃을 피울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기에 시작을 축하해주는 것이 좋았다. 또 다들 예뻐서 그 앞에 서는 것이 부끄럽긴 했다"라고 회상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부터 일본에서 개최된 뮤지컬 갈라 콘서트까지 바쁘게 2023년을 달렸던 김소현에게 '마리 퀴리' 제안은 고심을 안겼다. 예정된 일정 탓에 소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해 고사했지만 새로운 도전이라는 판단에 직접 용기를 냈고 늦게나마 참여하게 됐다. 당연히 늦은 만큼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했다. 김소현은 "연습을 미친 사람처럼 했다"면서 "같이 만나서 연습을 못 해서 부담이 컸다. 준호씨에게도 리딩을 해달라고 할 정도였다. 걱정을 많이 했지만 좋은 배우들을 만났다. 팀워크도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공연을 앞둔 후배들이 김소현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단다. "오늘 마지막 공연이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김소현은 리허설부터 본공연의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매 공연마다 관객들을 만족시키고 싶은 마음에 몸과 에너지를 아끼지 못하는 것이다. 끝까지 오버하고 만다는 김소현에게 남다른 관객 사랑이 느껴졌다. 이러한 진심이 통한 것일까. 관객들은 공연 직후 SNS로 김소현을 향한 애정을 쏟아내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SNS에는 팬들의 응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소현은 "SNS 속 반응을 다 본다. 팬들에게 댓글도 달고 메시지도 한다. 소통하니까 너무 좋더라. 공연을 마치고 마음이 공허할 때 팬들의 후기를 보면 에너지가 충전된다"라면서 행복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저는 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요. 무대에서 기술이나 노하우를 보여주는 것보다 제가 얼마나 간절하고 최선을 다하는지 관객들이 알아봐 주세요. 오시는 분들은 제 진심을 보러 오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공연장에서 제 마음과 관객들의 마음이 만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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