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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피우는 사람들

입력
2024.03.14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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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최근 '이혼'이 방송가 대세로 떠올랐다. 이혼의 가장 큰 이유는 외도라고 한다. 신뢰가 깨지면 부부 관계는 지속하기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이혼'이 방송가 대세로 떠올랐다. 이혼의 가장 큰 이유는 외도라고 한다. 신뢰가 깨지면 부부 관계는 지속하기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헉!”

옛 어른들이 요즘 텔레비전 방송을 보면 멈추지 못할 소리일 게다. 이곳저곳 채널을 돌려 보니 ‘이혼’ 관련 프로그램이 쏟아진다. '부부는 하늘이 맺어 준 인연'이라고 여기는 어르신들이니 놀라 숨이 막힐 수밖에. 얼굴도 못 보고 결혼해 사랑은커녕 자식 하나만 보고 살아온 분들은 속으로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 가고 있다. 쉬쉬하던 이혼이 방송가 대세로 떠올랐다. 한 해에 19만1,690쌍이 결혼하면 그 절반가량인 9만3,232쌍이 이혼하는 시대(2022년 기준)이니 그럴 만도 하다. 웹툰, 드라마는 기본. ‘한 번쯤 이혼할 결심’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결혼과 이혼 사이’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는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가 출연해 갈등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성장 배경이 다른 남녀가 만나 함께 산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발열로 시작해 오한으로 끝난다” “전쟁터에 나갈 땐 한 번, 바다에 갈 땐 두 번, 결혼할 땐 세 번 기도하라” “3개월 사랑하고, 3년 싸우고, 30년 참는다”…. 힘든 결혼 생활에 대한 명문구(?)들이 그냥 나온 게 아닐 게다.

이혼하는 가장 큰 이유가 궁금하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바르지 않은 행동, 즉 배우자의 외도라고. 이야기 프로그램에 출연한 변호사는 “외도는 상상할 수 있는 곳과 없는 곳 모두에서 일어난다”며 “이혼에도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도(外道)는 바람을 피우는 것이다. 왜 바람일까. 그러고 보니 부정적 느낌의 바람이 꽤 있다. 실없이 행동하거나, 마음이 들떠 있어 미덥지 못한 사람은 “허파에 바람 들었다”라고 한다. 속이 텅 빈 ‘바람 든 무’는 맛이 없어 어떤 요리에도 쓸 수가 없다. 허황된 짓을 꾀하거나 그것을 부추길 때도 바람 잡는다고 한다.

한 사람에게 만족하지 않고 몰래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갖는다는 뜻의 바람피우다는 붙여 써야 한다. 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송에선 ‘바람피다’ ‘바람 피다’ ‘바람 피우다’ 등 잘못된 자막이 나와 혼란을 일으킨다.

담배는 어떨까. 담배 역시 피우다가 바른 표현이다. ‘피우다’에는 어떤 물질에 불을 붙여 연기를 빨아들였다가 내보낸다는 뜻이 있다. 행동이나 태도를 나타낼 때도 어울린다. 재롱을 피우고, 게으름을 피우고, 소란을 피우고, 고집을 피운다.

누군가 “결혼은 판단 부족, 이혼은 인내심 부족”이라고 말했다. 문득 “있을 때 잘해”라는 오래전 유행어가 떠오른다.



노경아 교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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