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유엔환경총회 폐막]
플라스틱 협약 환영하는 '리사이클 의사봉'
케냐 매립지 플라스틱 병뚜껑 모아 제작
11월 부산서 플라스틱협약 정부 간 협상
생산감축, 목표설정 등 해결과제 산적
‘땅땅땅.’ 지난달 29일 케냐 나이로비의 유엔환경계획(UNEP) 본부 회의장에서 제6차 유엔환경총회 개막을 알리는 의사봉 소리가 울렸다. 여느 회의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지만, 이날 의장인 레이라 베날리 모로코 에너지전환 및 지속가능발전부 장관의 손에 들린 의사봉은 나무색이 아닌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플라스틱 병뚜껑을 재활용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UNEP의 특별한 의사봉은 제5차 총회가 열린 2022년에 등장했다. 그해 2월 총회에서는 ‘플라스틱 협약’을 만들자고 결의했다.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유통, 폐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규제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첫 국제규범을 만드는 데 전 세계가 합의한 것이다.
당시 총회를 응원하기 위해 케냐의 창업가 은잠비 마테(32)가 나섰다. UNEP이 선정한 ‘지구의 젊은 챔피언’ 마테는 자신이 사는 나이로비의 단도라 매립지를 파헤쳐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아 의사봉을 만들었다. 그가 UNEP에 선물한 의사봉은 ‘1년에 4억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버려지지만 단 9%만이 재활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플라스틱 협약과 순환경제를 향한 의지이기도 하다. 의사봉은 이후 UNEP의 주요 회의에서 사용되고 있다.
지난 1일까지 열린 총회는 향후 2년간 UNEP의 주요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환경 분야 고위급 회의다. 이번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환경오염(대기·플라스틱 오염 등)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종합적·지속가능한 다자 행동을 주제로 190여 개국 환경당국 장·차관이 모였다.
올해 안에 플라스틱 협약을 완성해야 하는 만큼 이번 총회에서도 주요 화제였다. 현재 3차 정부 간 협상을 마친 플라스틱 협약은 4월에 캐나다에서 4차 협상을 마친 뒤 11월 우리나라 부산에서 5차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회의에서 사실상 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다.
협약이 체결될 경우 파리기후협정 이후 가장 의미 있는 환경 협약이 될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우리 정부에도 의미가 깊다. 이에 우리나라 대표로 참여한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정부 간 협상 개최국들과 함께 연합을 발족한 뒤 올해 중 조속히 협약을 성안하자고 촉구했다.
다만 협상 내용은 아직까지 초안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 △재사용 목표 설정 △수명이 짧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단계적 퇴출 △정의로운 전환 등을 담은 초안이 나왔다. 그러나 중국·이란·러시아 등 주요 플라스틱 생산국에서 자국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초안 작업이 진행됐다.
이후 지난 1월 새로운 초안이 만들어져 각국이 회람했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협약이 ‘새 플라스틱 원료 생산’ 자체를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만큼 플라스틱 생산국에서는 감축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플라스틱 감축 목표를 모든 국가에 일괄적으로 적용할지, 아니면 국가별 감축목표를 설정할지도 막판까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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