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무인도 갈대밭에 전화 중계기... 상상 초월하는 피싱조직 치밀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무인도 갈대밭에 전화 중계기... 상상 초월하는 피싱조직 치밀함

입력
2024.03.03 15:55
0 0

경찰 7월까지 피싱범죄 특별단속 나서
중계기·대포폰·코인 등 범행 수단 타격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범정부 합동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에서 근무자들이 보이스 피싱 등 금융사기 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범정부 합동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에서 근무자들이 보이스 피싱 등 금융사기 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수백억 원의 피해를 입힌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이 부산경찰청에 덜미를 잡혔다. 중국 다롄 등에 근거지를 둔 일당은 추적을 피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를 사용했는데, 바로 상상하지도 못할 곳에 숨긴 중계기가 그것이었다. 피싱조직은 보통 의심을 피하기 위해 해외발신 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휴대폰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를 사용한다. 이들은 이 중계기를 땅속이나 모텔 등 의외의 장소에 몰래 설치했던 것이다.

그 중 압권은 낙동강 하구 부산 명지지구 남단의 무인도인 신자도 갈대밭에 숨긴 중계기였다. 이들은 갈대숲에 천막을 친 뒤 태양열 패널까지 설치해 전원을 공급했다. 인근 어민들에게 돈을 줘가면서 관리까지 했다고 한다. 이렇게 전화번호를 바꾸면서 피해자 328명에게 가로챈 금액만 150억원이 넘었다.

경찰이 피싱 범죄 근절을 위해 범행수단 원천 차단에 나섰다.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 결과로 피싱 범죄 건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갈수록 조직화·지능화되는 수법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다.

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7월까지 5개월간 피싱 범죄 집중 차단 및 특별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단속을 통해 불법 환전 수익 2,671억원을 적발하고 범행수단을 생성·유통한 8,634명을 검거했다.

경찰의 이번 단속은 피싱 범죄에 이용되는 범행수단 원천 차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불법으로 입수한 개인정보 △대포폰 △대포통장 △대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불법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 △미끼 문자메시지 △악성 앱 △불법 환전, 상품권·가상자산 이용한 자금세탁 등이 대상이다. 최근의 피싱범죄는 피싱조직과 다른 분업화 조직이 역할별로 결합한 '광역 조직범죄'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를 차단하려면 범행수단을 무력화해 범행 시도 자체를 막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부산 낙동강 하구 신자도 갈대밭에서 발견된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화번호 중계기.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낙동강 하구 신자도 갈대밭에서 발견된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화번호 중계기.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은 그동안 피싱범죄 근절을 위해 검찰과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함께 합동수사를 벌여왔다. 지난해 범정부 합동 대응시스템인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를 개설하는 한편, 적극적인 피싱피해 예방 홍보도 지속해왔다. 효과도 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1만8,902건으로 전년(2만1,832건) 대비 13.4% 감소했다. 2021년(3만982건)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줄었다. 경찰은 올해에도 국수본 형사국 내 '피싱범죄수사계'를 신설하는 등 수사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범죄 수법이 급변하고 있어 방심하는 순간 표적이 될 수 있다"며 "미끼 문자를 수신한 경우 동일번호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승엽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