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냄새 제대로 못 맡는 후각장애… 치매로 이어질 수 있어요”

입력
2024.03.04 18:40
수정
2024.03.04 20:33
21면
0 0

[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서민영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

서민영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 후각장애는 단순히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화재나 상한 음식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고 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서민영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 후각장애는 단순히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화재나 상한 음식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고 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향긋한 봄꽃과 잠자던 입맛을 깨우는 봄나물 냄새가 가득하다. 그런데 이렇게 달콤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봄 냄새를 맡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후각장애 환자다.

콧속에 들어온 물질의 냄새 입자가 후각 상피세포를 흥분시키면 뇌가 이를 인지해 냄새를 느끼게 된다. 후각장애는 냄새를 맡는 기능이 떨어지거나(후각 감퇴) 실제와 다른 냄새를 맡는 것(이상 후각)으로 나뉜다. 후각장애 환자는 2020년 2만6,694명에서 2022년 3만5,292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서민영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를 만났다. 서 교수는 “후각장애가 생기면 단순히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한 음식이나 가스 누출·화재도 감지하지 못해 적절히 대체하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후각장애도 질환인가.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는 것도 질환이다. 후각장애는 양적인 문제와 질적인 문제로 나뉜다. 양적인 후각 저하에는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하는 후각 상실증, 약한 자극을 가진 냄새를 맡지 못하는 후각 감퇴증, 후각이 예민해지는 후각 과민증이 있다. 질적인 후각장애로는 냄새를 잘 못 감지하는 이상 후각증, 특정한 냄새만 맡지 못하는 후맹증 등이 있다.

맛을 느끼기 어려우면 음식을 먹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 맛을 느끼는 자체는 미각이 주요 역할을 하지만 후각으로 느끼는 풍미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또한 후각은 단순히 냄새를 맡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안전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냄새를 맡아 신속히 대피할 수 있고, 유통 기한이 지난 음식물도 걸러낼 수 있다. 이처럼 후각은 우리 삶에서 떼 낼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후각장애가 생기는 이유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냄새 분자가 후각 세포로 전달되는 것에 이상이 생긴 전도성 후각장애와 후각 세포나 신경 자체에 문제가 생긴 감각신경성 후각장애다.

전도성 후각장애의 경우 비염과 부비동염·비용종 등이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하며, 종양·비강 협착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감각신경성 후각장애는 감기에 걸린 뒤 바이러스로 인해 후각 점막이나 후각 수용체가 손상될 때 가장 많이 발생한다.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한 후각장애도 이에 해당한다. 이 밖에 머리 외상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후각장애가 생기기도 하고,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이나 파킨슨병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도 노출될 수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후각장애가 생기는 이유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냄새나 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고려대 안산병원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53명을 대상으로 후각 기능도를 조사한 결과, 71%(38명)가 감염 기간 후각 기능 장애를 경험했고, 평균 88.5일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연구로 코로나19 감염 6개월 후 61%가 후유증을 겪고, 이 중 25%가 후각·미각 장애를 겪었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2021년)’에 발표되기도 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후각장애는 대부분 감각신경성 후각장애에 해당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후각 점막이나 후각 수용체에 손상을 줘 발생한다. 코로나19 감염 후 바이러스가 냄새를 느끼도록 신경 전달을 도와주는 세포를 손상시켜 후각장애나 저하 등을 일으킨다.”


-후각장애가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데.

“후각장애가 지속되면 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다. 냄새를 주관하는 후각신경계와 기억을 주관하는 뇌 영역이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같은 뇌신경 질환 초기에 후각장애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후각장애와 치매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코를 통한 후각 자극은 후각 신경 경로를 거쳐 뇌 해마로 전달된다. 뇌 해마는 기억력과 학습을 담당하는데, 바이러스 등으로 이곳이 손상되면 감각 입력이 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

후각장애로 미각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맛을 확인하는 혀 미뢰와 냄새를 맡는 코 신경은 모두 뇌로 소통하고, 뇌는 이를 종합해 맛을 인식한다. 후각 기능이 저하되면 결국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맛으로 느끼는 즐거움을 잃으면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지고,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후각장애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하나.

“비강에 대한 내시경검사를 시행해 구조적 이상·염증성 질환 여부 등을 확인해 진단한다. 이후 ‘후각 키트’로 후각 검사를 진행한다.

치료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비염 때문이라면 우선적으로 이를 치료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감각신경성 후각장애라면 ‘후각 재활 훈련’으로 회복할 수 있다. 잘 아는 냄새를 4~5개 정해 놓고 아침저녁으로 10초 동안 ‘킁킁’ 소리를 내며 냄새를 맡도록 노력한다. 한 가지 냄새 맡기가 끝났다면 10초를 쉬고, 다른 향의 냄새를 맡으면 된다.

고려대 안산병원에선 실제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감염 후 나타나는 후각 기능 장애를 훈련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24명의 코로나19 확진자에게 후각 훈련을 소개했다. 이 중 훈련 후 외래 진료소를 방문한 10명에 대해 후각 훈련 효과를 분석한 결과, 10명 중 7명이 후각 기능을 회복했다. 현재까지 코로나19 감염 후 발생한 후각 저하 치료법은 완전히 정립되지는 않았지만 후각 훈련이 주요 치료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