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외국인 부모 출산 후 출국, 홀로 남겨져
지자체 아동보호명령, 기독병원서 헌신적 간호
영아재활원으로 옮겨… 장애 우려돼 치료 예정
부모가 버려 한국에 홀로 남겨진 외국인 아기를 위해 지역 구청과 병원, 복지기관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28일 부산 동구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4일 부산 동구 일신기독병원에서 1.3㎏의 칠삭둥이가 태어났다.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인 엄마는 출산 이틀 뒤인 같은 달 6일 “병원비를 벌어오겠다”고 말하고 퇴원한 뒤 아기 아빠인 남자친구와 함께 원래 살던 나라로 출국했다.
하루아침에 고아 신세가 된 아기는 신장을 하나만 가지고 태어나 생후 2개월여 동안 인공호흡기를 하고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 했다. 젖병조차 제대로 빨지 못해 관을 이용한 수유가 진행됐다. 눈의 초점이 맞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는 시각과 청각 장애 등이 의심되는 상황인 데다 잘 먹지 못해 체중도 또래 평균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동구 측은 법원에 피해아동 보호명령 신청을 하고, 병원비 등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시설이나 의료기관에서 응급조치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조처를 취한 것이다. 김재문 동구 가족복지과 주무관은 “병원비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유기 아동인 경우 의료급여 1종 수급자로 인정받을 수 있어 대부분 면제받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아기를 맡은 일신기독병원 간호사들은 지금까지 헌신적으로 보살폈다. 지난해 12월 13일엔 한복을 입히고, 떡과 여러 음식으로 백일상도 차려줬다. 아기는 다음 달 4일부터 남구 소화영아재활원으로 옮겨간다. 장애 우려 때문에 시설을 찾기 쉽지 않았는데 소화영아재활원에서 결단을 내려준 덕분이다. 이곳에서 대학병원에 다니며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동구 측은 아기를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 주기 위해 경찰 등을 통해 엄마를 찾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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