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의학원,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탈북민 80명 검사
17명 염색체 변형…"北핵실험 원인일 수도"
단일 원인으로 보기엔 인과관계 입증에 한계

지난 2018년 5월 25일 폭파 전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 출신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사능 오염 및 방사선 피폭 검사에서 일부 주민들의 염색체가 변형된 것으로 나타났다. 풍계리는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곳이다. 다만 염색체 변형이 북한 핵실험 탓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는 29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8개 시군 출신 탈북민 80명에 대한 방사선 피폭 및 방사능 오염 검사를 실시한 결과, 17명의 염색체가 변형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중 2명은 탈북 이후 의료 방사선 등의 요인에 의한 것이어서 총 15명이 북한에서의 방사선 노출로 염색체가 변형됐다는 게 의학원의 결론이다. 이번 검사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남북하나재단의 위탁을 받아 실시했다.
다만 가장 최근의 신체 방사능 오염 여부를 따지는 전신계수기 검사와 소변시료분석에서는 유의미한 측정값을 보인 경우가 없었다. 유의미한 핵종 오염이 없었거나, 있었다 하더라도 반감기를 계속 거치면서 체내에 검출한계 미만의 수준으로 남았다는 의미다.
반면 누적된 피폭 선량을 가늠할 수 있는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에서는 17명의 누적 노출선량이 최소검출한계인 0.25Gy(그레이)를 넘는 것으로 측정됐다. 2명은 2016년 같은 검사에서 최소검출한계 미만의 결과를 보였기 때문에 국내 입국 뒤에 염색체 이상을 일으키는 요소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나머지 15명은 과거, 즉 북한에서 방사선에 노출됐고 이후 누적돼 염색체 변형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북한이 실시한 핵실험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라고 원자력의학원은 해석했다. 탈북자 15명 중 2명은 폐암과 자궁경부암 진단 이력도 있었다.
가능성이 있다고 핵실험을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원자력의학원은 이번 결과가 "자연, 의료, 직업적 방사선 피폭 및 방사능 오염을 모두 포함한다"며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15명 가운데 5명은 95% 신뢰구간이 '0'을 포함해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고도 설명했다. 암 진단을 받은 2명과 피폭 사이 연관성도 입증되지 않았다. 의료 방사선 검사 등을 감안할 때 피폭 선량이 핵실험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식수원과 피폭의 인과관계도 불분명하다. 해당 지역의 음용수 등 환경 시료를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북한의 핵실험이 인근 주민에게 미친 영향을 좀 더 과학적으로 평가하려면 더 많은 피검자를 확보하고, 입국 후 이른 시간에 검사를 실시하는 등 상당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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