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00개 제작, 115개 배부 못해
각석 명칭 바뀌면서 홍보 취지 무색
울산 울주군이 천전리 각석 발견 50주년을 기념해 만든 기념은화 200개 중 절반 이상이 4년째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창고에 보관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울주군은 각종 행사를 통해 순차 소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천전리 명문(銘文)과 암각화’로 명칭까지 바뀐 마당에 ‘천전리 각석’이라 새긴 은화를 이제 와 배부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울주군에 따르면 군은 국보 제147호 천전리 각석 발견 50주년을 맞는 2020년 12월에 기념은화 200개를 제작했다. 순은 31.1g, 지름 38.61㎜ 원형 형태로 예산은 개당 10만원씩 총 2,000만원이 들었다. 제작한 은화는 천전리 각석 발견일인 1970년 12월 24일에 태어난 대한민국 거주자 100명 등에게 지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은화 증정 이벤트가 진행되는 20여 일 동안 신청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2022년 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할 때까지 증정된 은화는 단 8개. 그마저도 국·시비 지원에 따른 결과물 제출용으로 문화재청, 시청, 암각화박물관에 낸 6개를 빼면 천전리 각석 최초 발견자와 전출 예정인 공무원에게 공로 기념으로 준 것이 전부다.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군은 영남알프스 완등인의 날과 모바일 스탬프 투어 등 행사에서 추가로 77개를 배부했으나 아직 115개가 남았다. 더구나 천전리 각석의 명칭이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바뀌면서 홍보 등 활용 방안은 더 요원해졌다. 문화재청은 선사시대부터 신라시대까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천전리 각석의 학술 가치를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 28일부터 해당 유적 명칭을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변경했다. 반구대 암각화와 ‘반구천의 암각화’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만큼 동일 유산으로 인지시켜 홍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그러나 명칭 변경 이전에 만든 은화 전면에는 ‘천전리 각석 발견 50주년 기념’이라고 쓰여 있어 역효과가 우려된다. 군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문제를 인지하고는 있으나 10만 원 상당의 기념품이라 ‘김영란법’ 위반 등의 소지가 있어 함부로 나눠줄 수는 없다”며 “증정 이벤트를 열어도 참여자가 없거나 자격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소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전리 각석은 태화강 물줄기인 대곡천 중류 기슭에 각종 도형과 글, 그림 등 총 625점이 새겨진 암석이다. 1970년 동국대박물관 학술 조사단에 의해 발견돼 1973년 국보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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