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체제, 두 번째 양회 관전 포인트]
4일 개막... 총체적 수세 속 차분하게 치러질 듯
①작년 이어 올해도 5%대 경제성장 목표 전망
②'불륜 스캔들 낙마' 친강 후임, 류젠차오 물망
③라이칭더 취임 앞서 '대만 통일' 의지 재천명?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다음 달 4일 개막해 열흘가량 이어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3기 체제' 들어 두 번째인 이번 양회를 앞두고 베이징 분위기는 예년에 비해 대체로 차분하다. 시 주석 초장기 집권의 서막 격이었던 지난해 양회 당시, 정치적 의미를 잔뜩 부여했던 관영 매체들도 이번에는 원론적 보도만을 내놓고 있다.
뒤숭숭한 경제 상황, 그리고 잇단 고위급 인사들의 부패 스캔들 등으로 잔칫집 분위기를 내기 힘들게 된 탓으로 읽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는 중국이 극도로 경계하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시 주석으로선 경제난·인사 스캔들·대만과의 갈등 등 총체적 수세에 몰린 형국에서 올해 양회를 치르게 됐다.
5% 경제성장 제시 예상... '회의적 시선' 여전
양회는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합쳐 이르는 용어다. 국정 자문기구인 정협은 내달 4일, 한국의 국회 격인 전인대(14기 2차 회의)는 이튿날인 5일 각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회한다.
하이라이트는 전인대 개막식에서 나올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발표다. 중국 전문가들은 지난해(5% 안팎)와 비슷한 '5%대'를 예상하고 있다. 전인대에 앞서 제시된 각 지방별 경제성장률 목표도 대체로 5~6%대였다. 중국과학원 예측과학연구센터 역시 올해 초 5.3%의 성장 전망치를 내놓았다.
반면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올해는 4%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본다. 팬데믹 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원년이었던 지난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 △부동산 시장 붕괴 위기 △외국인 투자 급감 등 부정적 신호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5%대 성장 목표치'가 발표돼도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회의적 시선은 쉽게 걷히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고품질발전' '신품질 생산력' 슬로건도 이번 양회에서 등장할 전망이다.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이끌어내 새로운 경제 동력으로 삼자는 뜻으로, 중국 지도부가 최근 부쩍 강조하는 구호다.
'미중 갈등 이완' 맞춰 류젠차오 외교부장 발탁?
'인사 재정비'도 주목할 포인트다. 지난해 방송국 아나운서와의 불륜설에 휩싸인 친강 당시 외교부장, 로켓군사령부 부패 혐의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리상푸 당시 국방부장이 잇따라 해임되며 시 주석 리더십에도 상처가 난 만큼, 이번 양회를 회복의 계기로 삼을 공산이 크다.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이 겸임 중인 외교부장 자리엔 류젠차오 대외연락부장이 새로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류 부장은 중국 특유의 '전랑(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했던 친 전 부장에 비해 세련된 이미지다. 최근 '미국·중국 간 갈등 이완' 노선과도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 전 부장 후임에는 둥쥔 신임 부장이 지난해 12월 임명됐다. 리 전 부장과 함께 낙마했던 로켓군사령부 고위 인사들의 후임 인사가 양회에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대만 라이칭더 취임 앞두고 '통일 의지' 내비치나
중국 권부 2인자인 국무총리의 '권한 축소' 흐름도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선 정치·외교는 국가주석이, 경제는 총리가 주로 이끌어 왔는데, '시진핑 시대' 개막 이후부터는 분야를 막론하고 시 주석 한 명에게 권한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과거 양회를 앞두고 국무원 홈페이지 등에선 '총리에게 할 말 있습니다'라는 대(對)정부 건의 수렴 코너가 운영됐는데, 이번에는 '총리'를 빼고 '정부 업무보고에 건의합니다'로 바뀌었다.
이번 양회는 5월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의 공식 취임을 두 달가량 앞둔 시점에서 열린다. 라이 당선인은 현 차이잉원 총통보다도 독립주의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총통 선거 기간 무력 시위를 거듭하며 민진당 지지 여론 분산을 시도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라이 당선인의 취임 전 '대만 독립주의' 기세를 누르기 위해서라도, 양회에서 강한 어조로 '대만 통일' 의지를 드러낼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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