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뒤집힌 총선, 한동훈 논리로 '친문' 치는 이재명 [정한울의 숫자로 본 총선민심]

입력
2024.02.29 04:30
25면
0 0
정한울
정한울한국사람연구원 원장

편집자주

정치 현안과 사회적 난제에 대한 ‘한국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올바로 이해해야 합의 가능한 해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심층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와 의견을 담고자 합니다.

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연합뉴스

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연합뉴스


총선 D-41, 반전 성공한 여당
'지역-경제 이슈' 선점이 주효
민주당 자력으로는 반전 희박

국민의힘,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다

총선 40여일을 앞두고 최근 선거구도가 바뀌고 있다. 여론조사 기류를 보면 정권심판론이 약화되고, 국정안정론이 상승하고 있다. 정당지지율도 그렇다. 2월 넷째 주 NBS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39%까지 상승했다. 반전의 분위기가 뚜렷하다. 이전까지는 정권심판론 우위 구도가 형성돼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홍범도 동상 이전 지시로 대표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정치 공세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친윤 공천을 강행한 것이 계기였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사건에 대한 미진한 대응도 한몫했다. 한때 35~39%까지 상승했던 무당파 비율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복원되고 있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총선위기론'이 고조됐고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야 했다.

윤·한, 역할분담으로 지역-경제이슈 장악

그렇다면 무엇이 급반전을 만들었나. 직접적 계기는 한동훈 비대위 체제의 등장과 더불어민주당 내의 내홍이다. 한동훈 비대위 등장으로 윤석열 정부심판론이 희석됐다. 그 자리를 '한동훈 대 이재명', '한동훈 대 386' 구도가 일부 메웠다. '윤-한 갈등' 봉합으로 김건희 여사 리스크도 관리되고 있다. 김 여사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홍보물은 물론 미디어에서 사라진 것도 이때쯤이다. 한 위원장이 상대적으로 조용한 공천·경선을 이끌고 있는 것도 득점 포인트다.

그래픽=송정근기자

그래픽=송정근기자

검찰독재론·정권심판에 올인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정부·여당이 '김포의 서울 편입', '의사정원 확대' 등 '지역개발·경제' 이슈 축을 만들어 낸 점도 눈에 띈다. 한국리서치 '여론속여론' 조사를 보면 현재 체감경기는 문재인 정부 때보다 훨씬 나쁘다. 국가경제 상황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①평가 ②전망의 '긍정응답 비율-부정응답 비율'을 평균한 이른바 체감도 지수의 시계열 그래프가 잘 보여준다. 문 정부 때보다 마이너스의 폭이 훨씬 크다. 그만큼 체감경기가 나쁘다는 얘기다. 한국갤럽의 주간리포트 역시 윤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의 제1순위는 2023년 10월부터 줄곧 '경제·민생' 이슈로 꼽고 있다. 일반 시민들이 윤 정부를 심판하려는 가장 큰 이슈가 '경제'인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은 중앙정치 이슈에만 집중하지만, 총선에서는 '중앙차원-정치' 이슈축과 '지역개발-경제' 이슈축이 함께 작동한다. 정부·여당이 이 부분에서 야당을 앞서고 있다. 한 위원장이 '86청산론', '전임정부 책임론'을 내세워 심판론 논쟁에서 윤 대통령의 존재감을 엷게 하고 있다. '지역-경제' 축에서는 윤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지역경제 공약'을 쏟아낸다. 물론 내용을 보면 득표 요인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김포의 서울 편입' 구상은 '지방소멸'을 우려하는 한국 현실에 부합하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의사 정원 확대' 이슈도 취지에는 공감하되 부작용과 정부 대응에 불안감을 느끼는 시민도 많다.

그래픽=송정근기자

그래픽=송정근기자

이재명의 이상한 전략도 감점 요인

정부·여당에는 큰 감점요인이 될 법한 캠페인에 더불어민주당이 제대로 대응을 못 하는 것도 구도 반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2016년 야당의 분당이라는 호재 속에서도 새누리당이 '친박 대 비박' 갈등 때문에 패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지 못하고 '친명·비명' 갈등 및 탈당 사태로 치닫고 있다. 더구나 컷오프되고 그 자리를 채우는 인물들은 '검찰독재론·정권심판론'의 축에 올인해온 더불어민주당 관성을 오히려 강화할 인물들로 보인다.

그래픽=송정근기자

그래픽=송정근기자


의아한 것은 이재명 대표가 친문을 배제하는 논리다. 공천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인사나 86 정치인들을 인위적으로 배제하는 과정에서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전임정부 책임론'과 '86책임론'을 내세우고 있다. 적지 않은 시민들이 국정 차질의 이유로 정부·여당의 전임 정부 핑계를 대는 것에 반감을 갖고 있다. '86청산론'도 중앙정치에선 통할 수 있으나, 경제침체나 인구소멸·지방소멸 문제의 해법으로는 생뚱맞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 스스로 공천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가장 근원적 문제는 한국 사람들의 불만이 집중된 지역-경제 문제에 대한 설득력 있는 주장이나 대안을 갖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재반전이 가능할까?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이슈로 싸움의 전장을 확장시키지 못하는 한 민주당 자력으로 재반전 기회를 만드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정치학 박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