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
지난해 당기순손실 7,474억 원 '적자 전환'
국제 LNG 가격 하락 불구 미수금 계속 쌓여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수급을 책임지는 한국가스공사의 2023년 영업 이익이 전년도보다 37% 급감했다. 가스요금이 지난해 한 차례 오른 뒤 줄곧 동결되면서 사실상 손실과 마찬가지인 미수금1 규모가 역대 최대치인 15조 원을 넘어섰다.
가스공사는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 44조 5,560억 원, 영업이익은 1조5,5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9,100억 원 감소했다고 27일 밝혔다. 당기순손실은 7,474억 원으로 2022년 1조4,970억 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가스공사는 매출이 줄어든 이유로 ①2022년 수익으로 잡혔던 원료비 차감 반영 ②취약 계층 도시가스 요금 지원 확대 ③자산 손상 등을 꼽았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LNG 원료비를 원가로 공급하고 있지만 2022년 정산 당시 수익으로 계상됐던 원료비 2,553억 원이 지난해 영업이익에서 차감돼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동절기(12월~3월) 취약 계층 난방요금 지원을 확대했던 정부 정책으로 도시가스 요금 지원액이 9만6,000원에서 59만2,000원으로 여섯 배 늘어나 영업이익이 2,044억 원 감소하는 한편 2022년 수익으로 잡혔던 입찰담합 소송 배상금 수익(1,588억 원)과 해외사업 배당수익(538억 원) 등이 국민 에너지 비용 경감을 위한 요금인하 재원으로 활용돼 영업이익이 줄었다.
지난 1년 '못 받은 돈' 4조 원 넘게 쌓여
그나마 어려운 재무 상황을 개선할 대책인 가스요금 동결로 미수금은 계속 쌓였다. 민수용(주택용) 도시가스 미수금의 경우 지난해 1분기 11조6,143억 원, 2분기 12조2,435억 원, 3분기 12조5,202억 원까지 늘어난데 이어 4분기에도 4,908억 원이 더 늘어나 민수용 민수금이 총 13조110억 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들어서만 약 4조4,254억 원의 미수금이 쌓였다는 얘기다. 발전사에서 받지 못한 발전용 미수금까지 합치면 누적 미수금은 총 15조7,659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미수금은 아직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아 사실상 가스공사의 적자에 해당한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LNG 가격이 지난해 하락했는데도 불구하고 미수금이 계속 쌓인 이유는 사실상 '가스요금 동결'이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국민 부담 등을 이유로 2022년 4·5·7·10월에 걸쳐 가스요금을 메가줄(MJ)당 5.5원(약 38.7%) 올렸지만 지난해 5월 한 차례 인상(MJ당 1.04원)한 이후 내내 요금을 동결했다. 지난해 아시아 지역 LNG 가격은 MM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량)당 연평균 약 18달러로, 2022년 사상 최고치(MMBtu당 70달러) 대비 크게 낮아졌지만 수조 원의 미수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원가를 반영하지 못한 에너지 가격으로 에너지 공기업의 역마진 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수금은 '언젠가 돌려받을 돈'으로 취급되지만 국민들은 가스공사에 요금을 빚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라며 "총선 이후 한시라도 빨리 요금을 조정해야 그나마 부채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1 미수금
-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대금 중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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