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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티위섬 원주민들이 한국 국회에 온 이유는

입력
2024.02.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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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적 지식과 삶의 터전 존중해달라"
한국 기업 참여 '바로사 가스전 사업' 중단 주장

호주 티위섬 원주민인 테레즈 부크(오른쪽 두 번째), 피라와잉기(오른쪽 세 번째)와 안토니아 버크(왼쪽 두 번째)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바로사 가스전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제공

호주 티위섬 원주민인 테레즈 부크(오른쪽 두 번째), 피라와잉기(오른쪽 세 번째)와 안토니아 버크(왼쪽 두 번째)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바로사 가스전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제공

“바로사 가스 프로젝트는 우리의 땅에 쇠말뚝을 박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우리가 한국에 와서 신성한 백두대간을 시추한다면 어떻겠는가?”(테레즈 부크, 말라우 부족 지도자)

27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낯선 외국인들이 마이크를 들었다. 호주 최북단 작은 도시 다윈, 그 앞바다의 작은 섬인 ‘티위섬’의 원주민들이다. 이들은 이 지역에서 추진되는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 중단을 호소하기 위해 먼 나라 한국을 찾았다.

탄소포집저장(CCS) 기술과 연계한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인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는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 일본 기업 제라와 함께 한국 기업 SK E&S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 수출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도 여신 지원을 하고 있다.

원주민들은 가스전 개발로 다윈 앞바다에 티위섬 근처를 지나는 수백㎞의 가스 파이프라인이 건설되면서 해양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섬이 위협받고 있는데 공사로 인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원주민들의 전통 문화유산 파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티위섬 무느피 부족의 피라와잉기 장로는 “우리는 수천 년 동안 우리 조상이 그랬던 것처럼 바다와의 정신적 연결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가 한국의 문화와 환경을 존중하는 만큼 우리의 전통적 지식과 삶의 터전도 존중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2021년에 본격 시동이 걸렸던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2022년 말부터 최근까지 1년여간 사업이 중단됐었다. 2022년 9월 원주민들이 호주 산토스사를 상대로 제기한 시추계획 취소 소송에서 호주 연방법원이 ‘협의가 부족했다’며 원주민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적 공방이 이어지면서 호주 연방법원은 지난달 다시 공사 재개를 허용한 상태다. 원주민이 주장한 해저문화유산 등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다. 산토스사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바로사 가스전 사업비가 당초 예상보다 2억~3억 달러(약 2,700억~4,000억 원)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간의 공사 중단에 이어 환경 피해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아직 끝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은 “협의를 위해 한국 정부와 수출입은행 등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직전 일정에서 일본 정부 및 공적금융기관과 면담을 한 것과 상반된다는 주장이다. 기자회견에 동참한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은 “공적금융기관일수록 자신의 투자행위로 피해를 보는 당사자들과 대화해야 한다”며 “원주민들의 인권과 생태환경은 물론 우리 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고려해 사업 지원을 원점 재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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