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적자 439억원에 '비상경영체제'
사측 "광고 수익·학령 인구 감소 탓"
노조 "김유열 사장 책임, 사퇴해야"
재원 70% 조달하는 구조도 문제
EBS의 심각한 적자에 따른 임금 삭감 등을 둘러싼 경영진과 직원들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공영방송 KBS가 걷는 수신료 2,500원 중 70원만 받는 또 다른 공영방송 EBS의 기형적인 재정 구조를 바로잡아야 적자 늪에서 벗어나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 "사장 퇴진”...사측, 단협 해지
27일 EBS 등에 따르면 EBS 노사는 막대한 적자에 따른 임금 삭감과 비용 절감에 대해 지난해부터 논의해 왔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임금 5% 삭감과 주 4.5일제 시행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노동 여건 악화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운용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2022년 4월 비상경영체제 돌입 후 제작비 감축, 비정규직 100% 감원 등을 시행하면서 업무량이 1.5배가량 늘어난 만큼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 고통 분담이 아닌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갈등이 계속되며 노조는 적자 책임을 물어 김유열 사장 퇴진 운동을 벌였다. EBS 구성원 600명 중 500여 명이 한국언론노조 EBS지부 소속인데, 지난해 12월 투표에서 노조원 92.7%가 사장을 불신임했다. 이어 지난 1일에는 단체협상(단협) 결렬을 선언했다.
사측은 지난 8일 “사장 퇴진만을 계속 주장하면서 임단협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노조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서”라며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 단협은 해지 통보 6개월 후인 8월부터 효력이 상실되며, 이 경우 노조는 노조 활동을 제대로 하기 어려워진다.
EBS 이사회는 지난 16일 이사 9명 전원 명의의 입장문을 내 “EBS는 노사갈등으로 훼손돼서는 안 되는 우리 사회 공공의 귀중한 자산”이라며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양측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으로 자율 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나 다음 달 6일 2차 조정에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2년간 적자 439억원 둘러싼 이견
전례 없는 갈등의 원인은 EBS의 심각한 적자다. EBS는 2022년 사상 최대인 256억 원, 지난해에는 183억 원의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총 439억 원의 적자에 대해 사측은 ①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지상파 광고수익 감소 ②원자재 가격 인상·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출판 수익 감소가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김 사장의 경영 실패 책임도 작지 않다고 본다. 박유준 EBS 지부장은 “김 사장이 2022년 3월 취임 후 사전 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고 사업을 벌였고, 한계사업을 계속 유지해 적자가 불어났다”며 “전체 적자의 절반은 이런 사업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장에게만 책임을 묻기보다 신뢰 회복으로 내부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시춘 EBS 이사장은 “광고 수익 감소는 모든 지상파 방송사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노사 양측이 기본 원칙인 신의를 회복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70원 주는 구조' 바꿔야
적자의 근본 원인은 EBS의 기형적인 재원 구조에 있다. 교육 공영방송임에도 전체 재원 중 공적 재원은 30%뿐이다. EBS는 가구당 월 TV 수신료 2,500원의 2.8%인 70원만 받는다. 수신료 징수 위탁사업자인 한국전력의 수수료(169원)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지난해 수신료 수익은 약 192억 원으로 전체 재정의 6%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공영방송인 KBS는 수신료 수익이 전체 재정의 50%가 넘는다.
수신료에 정부의 방송통신발전기금, 특별교부금 등을 합한 공적 재원은 30% 정도로, 나머지 70%는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EBS는 교재 판매와 교육사업 등을 통해 이를 메워왔다. 하지만 2017년부터 적자가 발생했으며, 내년에는 자본 잠식까지 우려된다.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 시 EBS의 공적 재원은 더욱 쪼그라든다.
주재원 한동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우리 사회가 적은 재원으로 EBS를 사실상 편법으로 운영하며 방관해 왔다”며 “수신료의 최소 15%는 EBS에 배정해야 하고, 교육방송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전체 재원의 70~80%는 공적으로 부담해야 제대로 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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