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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판 블랙리스트' 작성자 놔두고 제보자만 고발… 은폐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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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판 블랙리스트' 작성자 놔두고 제보자만 고발… 은폐논란

입력
2024.02.2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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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환경재단, 직원 정치 성향·세평 담은 문건
작성자 특정… "개인 일탈"이유 징계도 안 해
언론 등에 제보한 전·현직 직원들 경찰에 고발
"작성자만 감싸, 사건 은폐하려는 의도" 지적

안산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11월 29일 기자회견에서 안산환경재단에서 직원 대상 블랙리스트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재단 박현규 대표이사에게 사퇴를, 이민근 안산시장에게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산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11월 29일 기자회견에서 안산환경재단에서 직원 대상 블랙리스트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재단 박현규 대표이사에게 사퇴를, 이민근 안산시장에게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원들의 세평 등을 적은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건’ 논란이 불거졌던 경기 안산환경재단이 문건 작성자를 확인하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재단은 해당 문건이 외부로 알려진 지난해 말쯤 문건 작성 직원을 특정했다. 하지만 “단순 개인 일탈”이라며 고발은 커녕 징계도 안 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해당 문건의 존재를 폭로한 전직 대표 등 전현직 직원 4명에 대해 명예훼손 및 개인정보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직원들 신상이 담긴 자료를 당사자 동의 없이 언론 등 외부에 제공했다”는 게 고발 이유다.

파문의 원인을 제공한 문건 작성자는 놔두고, 문건의 존재를 알린 전현직 직원만 문제 삼는 재단 조치에 ‘뒷말’이 나온다.

인사기록 카드를 이용해 작성된 문건에는 20여명 직원 개인별로 어느 시장 때 채용됐는 지를 구분한 뒤 세평과 정치적 성향을 파악한 긍·부정 평가가 담겨 있다. 안산시장은 2010∼2022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으나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현 이민근 시장으로 바뀌었다. 재단 대표 역시 이민근 안산시장의 선거 캠프 출신 박현규씨로 교체됐다. 문건 작성 시점은 지방선거 직후로 추정되는데 일부 직원에 대해선 “적당한 업무 선호” “직원과 유대 미흡” “언행 불일치” 등 부정 평가가 달렸다.

최종인 안산환경운동연합 고문은 “문건 존재를 알린 직원들은 공익 제보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고발하고, 정작 (문건을 작성해)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감싸고 도는 건 문건 작성 경위를 은폐하려는 시도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고 지적했다. 긍정 평가를 받은 직원 1명이 최근 승진한 반면 부정 평가를 받은 직원은 좌천되면서 블랙리스트가 직원 인사에 실제 활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재단 측은 문건 작성을 지시한 적도 없고, 사후 조치에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박헌규 재단 대표는 “법률 자문을 통해 조치 방안을 강구했으나, 개인 일탈로 확인돼 징계 등의 조치를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개인 문서를 외부로 유출시킨 직원들은 재단 명예를 훼손한 것이므로 고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문건의 위법성 여부는 수사로 규명될 전망이다. 지난달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해당 문건 작성경위와 위법성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언론 등을 통해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진 뒤 특별감사를 벌였던 안산시도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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