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건재 동아시아옥문화연구회장
"문헌 중심 탈피 입체적 연구해야"

정건재 동아시아옥문화연구학회장 26일 오후 광주광역시차이나센터에서 중국 고유물 수집가 김희용의 삶과 흑피옥이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그는 "흑피옥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옥문화는 역사의 진공 상태에 빠져 있다"며 학계의 연구를 촉구했다.
'흑피옥의 숨겨진 역사는 무엇일까?'
광주광역시차이나센터가 26일 흑피옥을 주제로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중국 내이멍구 흑피옥 유물 출토지를 최초로 발견한 고미술품 수집가 고(故) 김희용씨의 삶을 재조명하는 세미나에서다. 흑피옥이란 검은 염료를 칠한 옥돌 조각상을 말하는데, 1993년부터 흑피옥을 수집해 온 고인은 생전 동아시아 '초고대(超古代) 문명'의 유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흑피옥이 기원전 4,500~3,000년 경의 랴오허(遼河)문화보다도 앞선, 최대 1만년 전까지 거슬러 오르는 문명의 흔적이라고 주장했으나 학계의 인정을 받지는 못했다. 옥(玉)은 화학적 특성 때문에 방사성탄소를 이용해 연대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원 정전가속기(AMS) 연구센터가 흑피옥에 사용된 염료의 성분 분석과 연대를 측정한 결과, 1만4,300년 전후 60년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김씨는 2013년 숨지면서까지도 국내와 중국 학계의 흑피옥 발굴과 연구를 촉구했다.

흑피옥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정건재 동아시아옥문화연구학회장의 해석은 눈여겨볼 만하다. 정 학회장은 "흑피옥은 우리 민족 뿌리인 동이족의 역사 유물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이렇게 단정한 것은 흑피옥이 랴오허문명의 핵심인 홍산문화(紅山文化·만주 지역 신석기 문화) 옥기 유물과 형식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정 학회장은 고구려 고분 변화에 등장하는 옥룡, 반인반수(半人半獸) 조각 형태, 곰 토템 유물 등이 한반도의 고대 문화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홍산문화를 단군조선의 뿌리로 보고 있다. 홍산문화는 황하문명보다 1,000년 이상 앞서는 인류 최고(最古)의 문명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흑피옥과 홍산문화의 연관성이 밝혀진다면, 한민족의 고대 문명이 네이멍구 지역에까지 뻗어 있었음을 입증한다는 게 정 학회장의 주장이다.
"한민족의 옥문화는 역사의 진공 상태에 빠져 있다"는 정 학회장은 "새로운 고대 문물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문헌에만 의존하는 역사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 고대사를 보다 입체적으로 연구하고 흑피옥 발굴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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