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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 동생과 잘 지낼게요"… 아이 위해 수술 미룬 엄마, 5명 살리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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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 동생과 잘 지낼게요"… 아이 위해 수술 미룬 엄마, 5명 살리고 떠났다

입력
2024.02.26 17:30
수정
2024.02.26 17:42
11면
0 0

4년 전 희소병 진단받아 증상 악화
뒤늦게 수술 후 뇌출혈로 뇌사 판정

이하진(왼쪽 두 번째)씨가 지난달 23일 뇌사 장기 기증으로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이하진(왼쪽 두 번째)씨가 지난달 23일 뇌사 장기 기증으로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희소병을 진단받고도 뱃속 아이를 위해 수술을 미뤘던 40대 여성이 장기 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2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뇌사 상태였던 이하진(42)씨는 지난달 23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5명에게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하고 숨을 거뒀다.

이씨는 2020년 뇌혈관이 좁아지는 희소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진단받았다. 점점 증상이 악화돼 병원에서 수술을 권했지만 이씨는 뱃속에 둘째를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수술을 출산 이후로 미뤘다. 그는 둘째인 딸이 첫 돌을 넘긴 지난해 12월 수술을 받고 2주간 요양병원에서 회복한 뒤 퇴원했다. 이후 심한 독감에 지난달 17일 뇌출혈 증상으로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5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숨진 이하진씨와 남편 김동인씨의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5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숨진 이하진씨와 남편 김동인씨의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이씨는 평소 밝고 따뜻한 성격이었다. 서울에서 2녀 중 막내로 태어나 자폐성 장애가 있는 언니를 살뜰히 보살폈다고 한다. 남편 김동인씨는 이씨가 생전 장기 기증을 긍정적으로 생각했었고, 어린 자녀들이 엄마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증에 동의했다. 김씨는 아내에게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히 잘 살았으면 좋겠다"면서 "애들은 내가 잘 키울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지켜봐 줘. 잘 지내.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씨의 첫째 아들 김민재(10)군은 영상 편지를 통해 세상을 떠난 이씨에게 "엄마와 함께 마트나 공원에 놀러 갔던 게 너무 행복했다"며 "차 타고 산소에 갈 때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15개월 된 동생과 사이좋게 잘 지낼 테니 엄마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요.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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