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오픈 19언더파 265타 적어내
9번째 도전 끝에 첫 우승 감격
2022년 돈 부족해 8개월 경비 근무
나이트클럽 경비원으로 새벽까지 일하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골프채를 잡은 제이크 냅(30·미국)이 마침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냅은 26일(한국시간) 멕시코 바야르타의 비단타 바야르타 골프코스(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멕시코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이븐파 71타를 쳐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2위 사미 발리마키(핀란드)와는 2타 차로, 9번째 도전 끝에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PGA 투어 회원 자격을 따낸 올해 기준으로는 5번째 출전 대회에서 누린 우승 감격이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 145만8,000달러(약 19억4,000만 원)를 챙겼고, 2년 PGA투어 카드와 이번 시즌 특급 지정 대회 출전권도 확보했다.
챔피언 꿈을 이루기 위한 그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골프연습장 건너편에서 자랐던 냅은 고등학교 때 US오픈 지역 예선에서 61타를 적어내기도 했다. PGA 투어 무대를 바라보며 캐나다 투어와 콘페리(2부) 투어에서 실력을 키웠지만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21년 퀄리파잉(Q) 스쿨에서 탈락한 뒤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 골프를 멀리해야 했다.
돈을 벌기 위해 2022년 연습하던 골프장 식당에서 일을 했고, 식당이 이후 나이트클럽으로 바뀌어 업체 측 요청에 따라 보안담당자로 근무했다. 냅은 8개월 동안 골프와 일을 병행했다. 나이트클럽 경비 업무는 목·금·토요일 주 3회였다.
그의 하루 일과는 금요일 오후 5~6시까지 골프 연습, 저녁 식사 후 곧바로 일을 시작해 새벽 2~3시께 귀가였다. 이튿날 기상 시간은 오전 10시, 연습 시간은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다. 이런 노력은 지난해 콘페리 투어 포인트 13위로 결실을 이뤘다. 냅은 "그 해 투어를 뛰는데 도움이 됐다"며 "더 열심히 일하게 됐고, 골프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됐다"고 떠올렸다.
'LTD'라는 좌우명도 그를 버티게 했다. LTD는 '꿈을 좇으며 살자'(Living The Dream)는 뜻이다. 팔뚝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등에 이를 새긴 냅은 "어렸을 때부터 남동생과 나의 일상에 'LTD'가 함께 했다"며 "어머니가 자석을 만드는 일을 해서 자석 10억 개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곳곳에 붙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고등학교, 대학교, 프로에 가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정말 감사했다"며 "매일 코스에 가서 골프를 치는데, 얼마나 좋은 일인가. 우리는 정말로 꿈을 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데뷔 첫해부터 우승 꿈까지 현실로 만든 냅은 지난해 하늘로 떠난 외할아버지에게 우승 트로피를 바치겠다는 약속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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