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넘게 인적 왕래 끊긴 북중 접경 지역
중국인 관광객 발길 끊어져 단둥도 '썰렁'
수교 75주년 계기 인적 왕래 재개할 듯
21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의 압록강단교. 강 너머로 북한 신의주가 내다보이는 단둥의 랜드마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주변 분위기는 썰렁했다. 압록강을 떠다니던 유람선은 승객 부족으로 정기 운행이 중단됐고 개성고려인삼주, 대동강 맥주, 가짜 북한 화폐 등을 취급하는 20여 곳의 조선(북한)상품 판매소를 찾는 손님도 드물었다. 체념한 듯 문을 아예 닫은 가게들도 적지 않았다.
한때 유람선을 타고 신의주로 넘어가려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곳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얼어붙은 모습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4년이 넘도록 북한이 국경을 열지 않고 있는 탓이다.
북중 간 국경은 한마디로 '열린 듯 열리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1월 국경을 전면 봉쇄했다. 그러다 2022년 1월 단둥-신의주 간 화물 열차 운행이 재개됐지만, 화물 트럭 통행은 지난해 들어서야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자만 오갈 뿐 본격적인 인적 왕래는 4년 넘게 끊긴 셈이다.
북한이 본격적인 국경 개방을 미루고 있는 구체적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 대북 소식통은 "중국에 파견했던 무역회사와 노동자들을 교체해야 하는데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대북 무역업에 종사했던 한 관계자도 "중국에 새로 파견할 회사와 인력 등을 두고 중국과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일 것"이라고 짚었다.
베이징 외교가는 올해가 '북중 수교 75주년'이라는 점에서 국경 개방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평양에서 만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올해가 '북중 친선의 해'임을 강조하며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왕야쥔 주북한 중국대사는 최근 평양에서 북한 측 정부 인사들과 2019년 이뤄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관람했다.
올해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성사된다면 5년 만이다. 북중 간 정치 접촉 수위가 높아지면서 국경 전면 개방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전망된다. 접경 지역에서 만난 한 북한 식당 종업원은 "올해 말쯤엔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단둥시의 중조압록강대교(신압록강대교)가 올해 개통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2014년 완공된 신압록강대교는 북중관계 발전·현대화의 상징 중 하나다. 곧 개통될 것이라는 얘기가 수년 전부터 나돌았지만, 10년째 막혀 있다. 최근 다리 위 도로가 재포장된 점, 개통 이후 면세점 입점 공간으로 지목돼 온 다리 인근 '저상빌딩' 공사가 일부 재개된 점을 볼 때 올해 다리가 뚫릴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다만 다리 통행에 필수적인 북측 세관 설치 정황이 아직 없어 실제 개통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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