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구속 저하로 부진
올해 강약 조절로 많은 이닝 소화
위기 때 임팩트 있는 강속구 구사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 김광현(36·SSG)은 구위로 상대 타자를 제압하는 ‘파워 피처’다. 역동적인 투구 폼에서 나오는 강속구와 예리한 슬라이더가 일품이다. 2022시즌에는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는데도 여전히 압도적인 투구로 SSG의 통합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김광현은 강속구 투수가 아니었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2023년 직구 평균 스피드는 시속 144.2㎞에 그쳤다. 2022년은 145.4㎞, 메이저리그 진출 전인 2019년은 147.1㎞를 찍었다. 구속 저하 여파로 성적은 9승8패 평균자책점 3.53에 그쳤다. 직전 시즌(13승3패 평균자책점 2.13) 대비 4승이 줄고 평균자책점은 1.40이나 치솟았다. 김광현의 한 자릿수 승리는 2012년 8승 이후 처음이다.
이제는 적지 않은 나이라 전성기 시절의 구위를 기대하기 힘들다. 선수 본인도 “강속구 투수 이미지는 과거 얘기”라고 했다. 다만 아예 시속 150㎞ 공을 못 던진다고는 하지 않았다. 시즌을 치르면서 컨디션이 올라오고, 아픈 곳만 없다면 충분히 던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2024시즌 준비를 위한 담금질을 하고 있는 김광현은 22일 “지난해 별로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나쁘지 않다”며 “몸 만들고 하면 150㎞는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구를 132㎞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도 똑같은 스트라이크”라며 “힘을 아끼면서 경기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캠프 기간 구속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21일 자체 연습경기에서 올해 처음으로 실전을 소화한 김광현은 1이닝 동안 11개를 던지며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총 4개를 뿌린 직구 최고 구속은 142㎞, 최저 137㎞로 강약 조절을 했다. 김광현은 “스피드가 잘 안 나오는 것 같다”면서도 “원래 캠프 기간에는 좋았다, 안 좋았다 한다. 팔 상태가 나쁘지 않은 게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타자와 승부 방식도 과거와 달라졌다. 김광현은 “어렸을 때는 삼진을 잡으려고 해서 투구 수가 많았다. 타자 방망이에 공이 맞는 걸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정도로 승부욕이 있었고, 그게 이기는 거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투구 수로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게 좋다. 삼진 잡으려면 최소 공 3개가 필요한데, 맞혀 잡으면 1개로도 아웃카운트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발 투수라면 평균 6이닝 정도 던져야 임무를 다한다는 생각”이라며 “지난 시즌엔 평균 6이닝을 못 던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렇다고 구속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직구 평균 스피드보다 최고 구속에 방점을 찍고 위기 순간 강속구를 뿌린다는 계획이다. 김광현은 “150㎞ 직구를 던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긴 하다. 그래서 한 경기에 1개씩은 150㎞를 던진다는 목표가 있다”며 “위기 상황에 임팩트 있는 투구를 하려면 빠른 공을 던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2007년 SSG 전신 SK에서 데뷔한 그는 어느덧 프로 18년 차다. 그런데도 팀 내 위상은 여전히 에이스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아쉬웠던 지난 시즌 팀 성적(3위)과 개인 성적을 올해 만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광현은 “2023년을 돌아보면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재작년에 비해 승리는 4승을 덜했고, 평균자책점도 크게 높아졌다. 또 가을 야구에서도 못 던져 죄책감도 있다”며 “한 시즌 순위 싸움을 하는데 4, 5승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올해 작년에 못했던 다승을 거둔다면 팀도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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