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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장관 "북한의 통일 지우기, 남한 사회 동경심 차단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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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장관 "북한의 통일 지우기, 남한 사회 동경심 차단 목적"

입력
2024.02.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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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김정일 업적 지우기는 내부 혼란 가능성"
"납북자 문제가 북일관계 진전 가늠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줄리 터너 미 북한인권 특사를 접견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줄리 터너 미 북한인권 특사를 접견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25일 최근 북한의 '통일 지우기'에 대해 "북한 주민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동경심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철거 지시에 대해서는 "북한 내부 엘리트 사이에서 이념적 공백이나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 북한이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에서 '적대적 두 국가'로 전환하고 '민족'과 '통일' 개념을 지워나가는 배경에 대해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한 후 '통일 지우기'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등 통일 관련 민간 대남 기구를 정리했고, '조선의 무역', '조선의 출판물' 등 북한 공식 사이트에서는 한반도 이미지까지 자취를 감췄다. 조선중앙TV의 날씨 프로그램에서 한반도 이미지는 북한만으로 바뀌었고,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에 실린 애국가에 '삼천리'라는 표현도 삭제됐다. 최근엔 평양 지하철역 중 '통일역' 이름이 '통일'을 뺀 '역'으로 바뀐 노선도까지 공개됐다.

2018년 9월 11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에서 '평화, 번영, 통일을 위한 국제 행진'이 이뤄지고 있다. 평양=AFP 연합뉴스

2018년 9월 11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에서 '평화, 번영, 통일을 위한 국제 행진'이 이뤄지고 있다. 평양=AFP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수도 평양의 남쪽관문에 꼴불견으로 서 있는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하는 등 통일, 화해, 동족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후 철거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념탑은 2001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웠고,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 원칙',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 등 김일성 주석 유훈이 담겨 있다.

김정은의 통일 지우기 행보에 대해 김 장관은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면서 한국 사회에 대한 동경심이 커지고 있는데, 한국을 지도상에서 지움으로써 이를 차단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적대적 관계 규정은 한국에 대한 적개심을 키워 결국 핵 개발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기념탑 철거와 관련해 김 장관은 "북한이 체제 경쟁에서 한국에 졌다는 걸 분명히 보여준다"며 "세습 권력의 기반이 되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업적을 지우는 것은 북한 내부 엘리트들 사이에 이념적인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부 갈등이 생길 경우 위기 돌파를 위해 군사적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장관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북일대화 가능성에 대해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북일과 북미 등 대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북한과 일본 사이 남아 있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가 앞으로 북일 관계 진전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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