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기시다 정권에 드문 호재"
기시다 "일본 경제가 움직이고 있다"
"엔저에 외국인 투자자 매매" 반론도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22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금융권은 물론 일본 정부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10~20%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시다 후미오 정권에 오랜만에 찾아온 호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종전 최고치를 기록한 34년 전과 다르게 현재 분위기는 미지근하다고 전했다.
기시다 "시장 관계자 평가에 든든"
기시다 총리는 22일 밤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자신의 경제 정책을 열거한 뒤 "일본 경제가 움직이고 있다. 국내외 시장 관계자가 평가해 주고 있어 든든하고, 힘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내각은 그동안 '국민의 저축을 투자로 돌리겠다'며 소액투자 비과세 제도 한도 상향이나 상장기업 주주 친화 정책 독려 등을 추진해 왔다.
지지통신은 23일 일본 정부가 주가 상승이 임금 상승과 연결되면 지지율 상승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개인 자산이 늘면 소비가 늘어난다. 기업도 주가가 좋을 때 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가 상승이 현재 진행 중인 올해 노사 협상에서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발언이었다. 관저 간부도 "주주 배당뿐 아니라 임금 인상으로 연결됐으면 좋겠다.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엔화 약세로 외국인 투자자만 이득"
하지만 주가 상승이 지지율로 연결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주식은 물론 부동산과 예술품까지 모든 자산 가치가 상승했고 주가 상승에 열도 전체가 흥분하던 1980년대 버블 시기와 달리 지금의 일본인들은 전혀 들뜬 모습이 아니다. 도쿄 긴자에서 일하는 한 60대 남성은 도쿄신문에 "엔화 약세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이 (달러로) 일본 주식을 많이 살 수 있게 된 것일 뿐, 일본 산업의 힘이 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올 들어 16%나 오른 도쿄 증시의 상승세를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한 것은 사실이다. 일본 가계의 금융 자산은 2022년 현재 53.8%가 예금에 묶여 있으며 주식과 펀드 투자 비중은 16.1% 정도에 불과하다. 올해부터 새로운 소액투자 비과세제도가 도입됐지만 대부분 미국을 비롯한 해외주식 펀드에 투자되고 있다. 30년 만에 겪는 물가 상승으로 식료품비 등이 크게 올라 서민들은 투자 여력도 크지 않다.
결국 주가 상승이 외국인 투자자나 금융권 일부만 환호하는 '남의 일'로 여겨지면서 기시다 정권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자민당 관계자는 "주가 상승이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더라도 정권의 성과라고 여겨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각료는 "이렇게 주가가 높은데 지지율이 침체된 것은 이상하다"고 탄식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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