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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예능, 흥행 무기는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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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예능, 흥행 무기는 빌런?

입력
2024.02.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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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예능들, 빌런 등장에 화제성 급상승
설렘 아닌 자극 추구하는 트렌드 때문
악마의 편집 주의 요망

연애 예능이 이제 빌런시대로 돌입한 모양새다. 게티이미지뱅크

연애 예능이 이제 빌런시대로 돌입한 모양새다. 게티이미지뱅크

각종 연애 예능이 '빌런의 시대'에 돌입한 모양새다. '솔로지옥3'에 이관희가 있었다면 '환승연애3'에는 광태가 있다. 광태를 바짝 뒤쫓는 휘현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의 연애 예능은 달콤한 사랑 속삭임이 아닌 빌런의 활약으로 흥행이 좌지우지되는 중이다.

무수히 쏟아지는 연애 예능들 속에 화제성을 쟁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출연자들의 비주얼과 스펙은 이미 상향평준화가 됐고 '환승연애3' 다혜처럼 특별한 직업군이 아닌 이상 눈에 띄는 것조차 어렵다. 이 가운데 연애 예능의 새로운 복병이자 히든카드가 된 무기가 있다. 바로 '빌런'이다. 과거 메기의 용도가 빌런으로 옮겨간 것인데 빌런 1명의 활약이 선남선녀 10명보다 낫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최근 종영한 '솔로지옥3'에서 존재감을 크게 드러낸 이관희가 연애 예능의 대표적인 빌런이다. 자칫 무례하게 보일 수 있는 언행을 일삼았고 시청자들의 큰 질타를 받았다. 그럼에도 화제성 부문에서는 가장 압도적인 성과를 거뒀는데 이관희 본인과 '솔로지옥3' 모두에게 높은 수치의 버즈량을 가져다 주었다. 이유는 분명하다. 영화처럼 모두가 예쁘고 고운 대화를 나누는 연애 예능이 진부해졌고 더 큰 자극을 원하는 니즈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갈등의 크기와 커플 탄생을 향한 응원이 비례적인 관계인 셈이다. 하지만 예능 속 빌런이 탄생하는 과정은 험난한 고생길이다. 출연자가 비연예인이기 때문에 쏟아지는 질타와 악플을 무방비하게 받는다. 또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예능 캐릭터는 연애 리얼리티의 본질과 멀어지면서 진정성이 떨어진다.

'환승연애3'은 초반 화제성이 그리 높지 않았는데 입주 6일차에 접어들면서 휘현과 광태의 악의 없는 행동이 크게 공분을 샀다. 휘현은 X인 혜원에게 받은 사탕을 안주로 내놓았고 광태는 여기에 말을 보태면서 시청자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여기에 광태가 혜원과 다혜 서경 순으로 호감을 표시하면서 빌런에 등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화제성은 이들의 활약 직후 솟구쳤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SNS에서 '환승연애3' 출연자들을 향한 궁금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연애 예능의 빌런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단연코 ENA '나는솔로'다. 매 기수마다 다른 출연자들을 내세우는 '나는솔로'는 비주기적으로 빌런이 등장하는데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빌런이 나타날 때마다 버즈량이 급증한다. 프로그램의 팬들은 개인적인 감상을 공유하고 문제가 되는 회차를 반복 시청하면서 2차, 3차로 프로그램 분석하기까지 이르렀다.

앞서 이관희가 시청자들에 끝까지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에게 솔직했기 때문이다. 혜선과 하정 민지를 오가면서 흔들리는 마음을 감추지 않아 사랑의 구도에서는 빌런이 됐지만 '솔로지옥' 내에서는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 됐다. 제작진이 바라보는 이관희는 명장면 제조기에 가까웠을 터다.

지금의 연애 예능들은 설렘보다는 재미와 자극을 추구하는 쪽에 가깝다. 첫 빌런의 등장이 제작진 의도와 무관했을 지라도 제작진 입장에서는 확실히 유용한 무기가 됐다. 하지만 고자극은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리얼리티 속 거침없는 언행들이 한 순간 즐거움으로 이어질 진 몰라도 긴 여운으로 남진 않는다.

아울러 제작진이 자극과 도파민을 쫓다가 기존 연출 지향점을 잊어버릴 수 있다. 로맨스를 전달하기 위해 인물들을 포장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연출하곤 했던 '환승연애2'의 경우 정작 지저분한 숙소 환경으로 크게 지탄을 받았다. 이는 제작진이 출연자 보호나 관리에 크게 주안점을 두지 않았다는 방증이 아닐까.

의도적 빌런 탄생을 위한 '악마의 편집' 희생양이 나오지 않도록 연애 예능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때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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