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발표]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 수집
17개 향 만들어 베니스 현지 한국관 전시
1995년 이후 첫 공동 예술감독 체제도 이목
올해 4월 이탈리아 베니스에 '한국의 향'이 널리 퍼진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된 구정아(57) 작가가 한국의 도시와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을 공감각적으로 변환한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21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구정아-오도라마 시티'가 베일을 벗었다. 2년마다(미술전·건축전 격년 개최)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는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술 행사다. 나라별 '국가관' 전시는 각국 미술의 현재를 뽐내는 무대다.
'오도라마'는 향을 뜻하는 영어 단어 'odor'에 드라마의 'rama'를 결합한 말이다. 새롭게 조향해낸 17가지 향으로 한반도의 초상을 그린다는 것이 전시의 골자다. 4월 17일 한국관 공식 개막식과 함께 문을 열어 약 7개월간 개최된다.
구 작가는 '냄새 경험' 설치 작품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향을 주제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쳐왔는데, 1996년 프랑스 파리 스튜디오의 작은 옷장에 좀약을 배치한 냄새 설치작품 '스웨터의 옷장' 이래로 다양한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파리 퐁피두센터 등 해외 유명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 등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았다.
17가지 향으로 그려본 한반도의 초상
자개장 냄새, 공중목욕탕 냄새, 밥 짓는 냄새, 배기가스와 매연의 독한 냄새… 각기 다른 냄새와 향의 공통점은 무얼까. 196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한국 사회의 어느 시점, 어느 공간에서 한 번쯤 맡아봤을 법한 냄새라는 것이다.
구 작가와 함께 협업한 전시팀은 지난해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한인과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 등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국의 도시나 고향의 냄새를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물었다. 그렇게 수집한 600여 개의 사연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향 17가지가 탄생했다. 조향은 향수 브랜드 '논픽션'과 협업했다.
구 작가의 새 작품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품고 있는 '냄새 기억'을 시각적 상상을 동원해 설치 미술로 구현한다. 한국관은 후각과 시각을 총동원해 한국을 느낄 수 있는 공감각적 공간으로 꾸며진다. 전시장 바닥에는 향을 퍼뜨리는 디퓨저 역할을 하는 조각 '우스(OUSSS)'가 설치된다. 우스는 1990년대 구 작가가 창안한 불가사의한 무한 변신 물질 혹은 에너지를 지칭한다. 구 작가는 "한국의 자화상을 다루면서 한반도에만 경계를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관 미술전 역사상 첫 공동 예술감독(이설화·야콥 파브리시우스) 체제로 진행된다. 이설화 감독은 "한국인의 향의 기억을 수집하는 과정이 힘들었다"며 "한국에서 태어나 2, 3년 만에 해외로 입양된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서 슬펐다"고 했다. 한국관의 첫 외국인 감독이기도 한 야콥 파브리시우스 감독은 "향은 눈으로 볼 수도 없고 귀로 들을 수도 없으나 피할 수 없는 아주 강력한 표현"이라며 "예술은 때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주 더디게 다가와 우리 몸을 감싼다"고 말했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는 'K아트'의 성찬
내년이 한국관 건립 30주년인 만큼 한국 미술이 베니스로 총출동할 예정이다. '이방인은 어디에나(Foreigners Everywhere)'라는 주제로 열리는 본전시 참여작가 명단에는 한국 작가 이쾌대(1913∼1965), 장우성(1912∼2005), 김윤신, 이강승이 포함됐다. 베니스비엔날레재단이 선정한 4개 병행 전시(광주비엔날레, 유영국미술문화재단,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 한솔문화재단)가 진행되며,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열리는 한국관 30주년 기념 전시 '모든 섬은 산이다'에는 강익중, 전수천, 이불, 서도호 등 역대 한국관 전시 작가 30여 명이 출품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