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마약 관련 데이터 공유 플랫폼 추진
기술 부족 '마약 생산국'엔 장비·인력 지원
"마약 인한 사회적 손실 감안하면 합리적"
참여국 물밑 접촉 중... 국제공조수사 포석
검찰이 마약 원산지 국가들과 '마약지문' 등 관련 기술 및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마약 사범에 대한 국제공조 수사는 꽤 활성화했지만, 특정 마약의 화학적 특성까지 공유하는 글로벌 대응체계 마련은 처음이다.
2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는 다음 달 ‘클라우드 기반 마약 포렌식 검색기법 개발’을 위한 예산을 관계 부처에 신청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남용 마약인 필로폰 등 합성마약의 밀반입을 사전 차단하려는 ‘마약 포렌식 정보 플랫폼’ 구축 사업의 일환이다.
예산이 마련되면 ①마약지문 등 포렌식 정보의 공유·검색이 가능한 플랫폼 설립 ②참여국과 공동 데이터베이스 구축 ③대량유통 마약의 원료 물질, 원산지, 유통방법, 밀수 경로 등 관련 정보의 실시간 공유 등을 추진한다. 마약 관련 다국적 공조수사 지원 체계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정보 플랫폼 구상의 바탕엔 마약지문(Drug Signature)이 있다. 마약지문은 필로폰 등 합성마약을 만들 때 생기는 불순물을 분석해 마약 원료 및 제조방식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고유한 패턴을 말한다. 국제마약조직은 원료 종류나 제조방식을 일종의 ‘노하우’처럼 여겨 마약지문 분석만으로도 출처 추적이 가능하다고 한다. 한국은 0.2g 정도만 있으면 해당 마약의 제조 정보 등을 역추적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마약감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대구지검과 인천지검이 압수한 필로폰의 마약지문이 유사한 점을 포착해 공범 수사 단서로 사용한 ‘죽련방 마약 사건’이 대표적 활용 사례다.
문제는 압수한 유통 마약과 비교할 대조군 데이터가 턱 없이 부족하고, 국가별 표기방식이 상이하다는 점이다. 필로폰 등의 원산지는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지만, 이들 국가의 감정 기술 수준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마약지문 데이터베이스 역시 부실하다. 마약 생산국과 소비국 간 기술 격차가 커 국제공조 수사가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검찰은 마약지문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술력이 부족한 동남아 국가들에 마약 포렌식 장비 등을 제공하고, 인력을 파견해 교육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맡아 수행한 ‘마약원산지 추적을 위한 동남아 국가와의 마약지문 감정 데이터베이스 공유 및 활용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도 이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동남아 국가들은 마약지문 공유 등 관련 협력의 전제조건으로 우리나라의 기술·경제적 지원을 원하고 있다”며 “각국당 협력 예산은 수백만 달러 수준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만, 검찰은 보고서가 제안한 공적개발원조(ODA) 방식보다 자체 예산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아울러 ‘아시아·태평양 마약원산지 추적 분석센터(가칭)’ 설립에 필요한 인력 보강을 요청하는 등 전담 조직 신설 및 마약 감정 전문인력 충원도 추진하기로 했다. 4월에는 태국에서 열리는 ‘콜롬보 플랜’ 주관 심포지엄에서 국제협력사업 구상을 밝히고 참여도 독려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두 개 국가라도 먼저 참여해 성과가 나면 향후 더 많은 나라가 참여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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