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취약하고 주거 환경도 열악
"식당 불결하면 영업정지 처분하듯
주택도 불법건축물 임대 막아야"
전국 다세대·연립주택 세입자 10가구 중 3가구가 불법건축물에 거주한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불법건축물은 전세사기에 취약하고 주거 환경도 열악한 만큼, 정부가 임대용 주택에 대한 품질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토연구원이 2019년부터 4년간 정부가 작성한 임대차 자료와 위반건축물대장을 분석한 결과, 다세대·연립주택 임차가구 95만 가구 가운데 28.8%(27만3,000가구)가 불법건축물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불법건축물은 건물 일부를 불법 개조하거나 용도를 변경한 건물을 말한다.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용으로 임대하거나 방을 쪼개 임대용 가구 수를 늘리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건축법 등을 위반한 개별 가구에 거주하는 임차가구 비율은 다세대주택은 6.6%, 연립주택은 2.5%로 추정됐다. 그러나 단속이 부실한 점을 고려하면 불법건축물 거주 임차가구는 더 많을 수 있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이 현장조사를 진행한 지역에서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 1,669가구 가운데 188가구(11.3%)가 불법건축물이었다.
문제는 현행법상 불법건축물 임대가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료와 임대기간 등만 규제할 뿐, 어떤 주택을 임대해야 하는지는 규정하지 않는다. 민법에도 ‘사용과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만 명시됐을 뿐이다. 사실상 주거기본법이 규정한 최소한의 주거 환경에 미달하는 주택도 임대가 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해외 주요국은 법적으로 임대용 주택의 기준을 제시해 세입자의 주거권을 보호한다는 것이 국토연구원의 설명이다. ‘거주 적합성 유지’를 임대인의 의무로 명시한 미국의 통일주택임대차법이 대표적 사례다. 아일랜드에서는 임대인이 주택을 양호한 상태로 유지하지 못하면 당국에 신고하는 체계가 마련돼 있다.
연구를 수행한 윤성진 부연구위원은 “식당이 불결하면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지만 주택은 불법건축물을 임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불법건축물 중 다세대주택은 86%, 연립주택은 76%가 임대용”이라며 “외국처럼 임대주택 품질 규제를 만들어 불법건축물 임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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