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녀 유무, 경력 단절 기간 조사 안 해
뒤늦게 설문 조사... "정확한 데이터 없어"
'경단녀 지원' 사업 취지와 어긋나
서울시의 저출생 대책으로 임신과 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게 최대 90만 원을 지원하는 ‘우먼업구직지원금’을 받은 5명 중 1명이 미혼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혜자 중 절반 가까이는 양육할 자녀가 없었다. 시가 지원금 접수 당시 자녀 유무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먼업구직지원금은 임신과 출산, 육아로 경제활동이 중단된 ‘3040 여성’의 재취업과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시작됐고 구직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지원금 월 30만 원을 3개월간 지급한다. 지난해 2,614명을 대상으로 총 23억5,260만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원 자격은 '30~49세 서울시 거주, 미취업·창업 여성 중 가구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였다. 결혼 여부 및 자녀 유무, 경력 단절 기간은 묻지 않았다. 지원 자격 조건 통과자를 대상으로 구직 활동 계획서를 받아 점수를 매겨, 75점 미만은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수혜자를 선정했다. 시는 뒤늦게 지급을 마친 수혜자 2,61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 1,511명 가운데 42.9%는 “돌봐야 할 자녀가 없다”고 답변했고 미혼도 19.7%로 나타났다. 경력 단절 기간 또한 1년 미만이 27.5%를 차지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제2조)에 따르면 ‘경력단절여성’은 ‘혼인·임신·출산·육아와 가족구성원의 돌봄 또는 근로조건 등을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한 여성 중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이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경력 단절 여성에게 재취업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업 목적과는 상당히 다르게 예산이 집행된 것이다. 구직지원금 지원자의 취업률도 34.6%로 목표 취업률 75%의 절반 수준이었다. 장민경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여성경제활동지원센터장은 “접수 당시 자녀 유무를 묻지 않아 전체 수혜자를 대상으로 한 정확한 데이터를 파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도 2,500명을 대상으로 우먼업구직지원금 사업을 시행할 예정으로 19일 1차 모집을 시작했다. 올해부터 조건을 충족하는 대상 중 자녀 1명당 5점 가점을 줄 계획이지만 여전히 '가구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로 정한 소득 요건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성은 서울시 양성평등담당관은 "지난해에는 '3040 여성'에 초점을 맞춰, 그 나이대 무직 상태인 여성은 대부분 경력 단절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자격 조건을 마련했고, 첫 시행이다 보니 자녀 유무까지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혜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돌봄으로 인한 경력 단절인지를 보다 꼼꼼하게 파악한 후 사업을 연계해야 한다"며 "현금성 지원보다는 여성의 경력 단절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 환경 개선, 돌봄시설 확대와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예산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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