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남도의회, 488억 재량사업비 공개한다더니…6년 째 묵묵부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남도의회, 488억 재량사업비 공개한다더니…6년 째 묵묵부답

입력
2024.02.19 18:00
0 0

전남도·도교육청 1인당 8억 배정
2018년 재량사업비 비리 적발
여론 뭇매에 '공개' 약속하더니
도의회 집행부 바뀌자 나 몰라라
시민단체 "민주적 절차 무시" 지적

전남도의회 전경. 전남도 제공

전남도의회 전경. 전남도 제공

전남도의회가 6년 전 도의원들이 재량사업비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지 여론이 들끓던 2018년 당시 도의회는 재량사업 집행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여론이 잠잠해지자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됐다.

19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올해 본 예산에도 의원 1인당 6억 원씩 366억 원의 예산이 재량사업비로 편성했다. 전남도교육청도 도의원 1인 당 최대 2억 원씩 총 122억 원을 광역의원 몫으로 배정했다. 두 기관의 재량사업비를 모두 합치면 488억 원에 이른다.

소규모 주민 숙원사업비 등으로 불리는 재량사업비는 도의원들이 직접 예산을 편성해 전남도 등에 요구하는 돈이다. 예산을 감시하고 행정을 견제해야 할 주체인 도의원들이 스스로 예산을 편성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데다, 예산서 어느 곳에도 재량사업비라는 명목이 기재되지 않는다.

도의원들은 보통 이렇게 확보한 예산을 수의계약이 가능한 2,000만 원 이하로 쪼개 각 지역에 배정한다. 지방곳간이 도의원들의 표밭 관리에 사용되는 셈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쌈짓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의원들의 재량사업비는 과거 잇단 비리로 국민 혈세를 멋대로 갉아먹어온 부조리한 관행이라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여전히 편성 내역을 감춘 채 집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당시 한 전남도의원이 재량사업비로 공사를 알선해 주고 건설업자에게 뒷돈을 받아 챙기다 들통나면서 거센 폐지 요구를 받았다.

사정이 이러하자, 제10대 전남도의회 집행부는 재량사업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고 반드시 공개 입찰을 거쳐야만 사업을 시행한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이는 제11~12대 의회 출범 등을 거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최종선 전남도의회 사무처장은 "당시엔 사무처장이 아니어서 (그 같은 약속이 있었는지) 잘 알지 못한다"며 "재량사업비는 편성 내역을 공개할 수 있는 성질의 예산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명수 전남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재량사업비 내역 공개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제12대 의회에서 논의한 바는 없다"고 일축했다.

전남도와 도교육청은 재량사업비가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재량사업비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구 의원들이 활동하며 각종 민원을 접수받는데 그 중에 도에서 챙기지 못했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이에 대해 검토 절차를 거쳐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명목만 달라진 채 편성하는 재량사업비에 대한 지역 여론은 차갑다. 무엇보다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수의 이권자들을 위한 예산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지성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주민 숙원사업 해결이 필요하다면 주민 참여예산 등 보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다"며 "필요한 곳에 예산을 써야 하는데 의원들에게 사용처도 모른 체 일률적으로 막대한 돈을 편성하는 것은 예산편성 원칙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령 의정활동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감시와 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편성 내역 공개 등 정상적인 방법으로 편성·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영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