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신사옥 '버추얼 트레이닝 센터' 가보니
연구개발 비용 절감, 중대재해 예방 효과도
가상현실서 해외 딜러에게 신제품 소개도 가능
15일 오전 경기 성남시 HD현대그룹의 연구개발(R&D)을 책임지는 GRC(글로벌R&D센터) 7층. 굴착기, 휠로더(모래·자갈 등을 퍼 나르는 기계), 덤프트럭 등 실제 건설장비의 14분의 1 크기인 RC(Remote Control) 모델 16대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움직임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굴착기 모형의 팔 역할을 하는 암(Arm)이 왼쪽으로 움직였지만 바구니 모양의 버킷(Bucket)이 한참 동안 내려오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버킷에 자갈 모형이 담겼다. 하지만 잠시 뒤 암을 오른쪽으로 움직이다 와르르 쏟는다.
실제 건설 현장을 본떠 만든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버추얼 트레이닝 센터'(Virtual Training Center) 내 '건설장비 VR 시뮬레이션 체험' 현장이다. 건설장비 RC 모델 조종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직원의 안내를 받으니 긴장감이 조금씩 풀리며 익숙해졌다. 10분이 좀 지나 버킷에 자갈 모형을 제대로 담았다. 그리고 쏟지 않고 암을 움직여 목표 지점에 내려놓았다. 암을 움직이기 전 버킷을 충분히 오므리는 게 중요했다.
모형 굴착기의 '캐빈'(조종석)이 실제 크기라 실감 났다. 긴 막대로 된 '레버'(조종간) 두 개를 전후좌우로 움직였을 때 눈앞 굴착기 RC 모델의 반응에 익숙해지면서 조종이 편해졌다. 가상현실(VR) 고글을 착용하니 실제 굴착기 캐빈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 듯했다.
특이하게도 2022년 12월 현대중공업그룹이 HD현대로 이름을 바꾸고 입주한 새 사옥의 이 공간과 여러 기술들은 다양한 쓰임새로 회사는 물론 그룹 전체의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현장 직원들보다도 주로 사무실서 일하는 사무직원들이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VR 고글 쓰니 눈앞에 건설장비 시제품 즐비...
잠시 후 VR 고글을 착용한 채 막대 형태의 무선 조종간을 양손에 쥐니 이 회사가 개발 중이거나 시장에 내놓은 건설장비들이 나타났다. 실제 같은 모양과 크기로 표현한 3차원(3D) 그래픽이 몰입감을 높였다. 시연하는 사람의 손과 팔도 그래픽으로 표현된다. 옆에서는 다른 시연자가 도구를 들고 장비 앞에 서서 정비를 하고 있다. 다른 지역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 회사 직원이다. 시제품 정비 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신체 부하는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어 정비 매뉴얼(지침) 설계에 활용한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시제품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면서도 R&D 과정서 중대재해가 일어날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해외 영업에도 큰 득이 되고 있다. 이 회사 중장비의 80% 이상은 해외로 수출한다. 해외 딜러에게 가상현실을 통해 새 제품을 알리고 원격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도구도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업비도 많이 줄일 수 있다.
특히 고객 사후관리(AS)에서 가시적 성과가 크다고 한다. 이 회사의 자회사인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해 7월 증강현실(AR) 기술로 건설장비의 고장을 진단하는 'AR 가이던스'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이 앱을 켜고 카메라로 건설장비를 촬영하면 자동으로 고장을 진단하고 수리 매뉴얼을 사안별로 알려준다.
이 회사 기술원 박홍근 선행기술연구부문장(상무)은 "VR 등을 이용한 협업 솔루션은 R&D 과정서 회사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 플랫폼도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고객 서비스, 영업에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