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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래 못할 것" 뒤집고…'황야'서 드러난 마동석의 영리함

입력
2024.02.17 12:01
수정
2024.02.17 12:4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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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는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톱10 영화 비영어 부문 1위, 전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제공

'황야'는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톱10 영화 비영어 부문 1위, 전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제공

"저러다가 배우 생명이 금방 끝날 것만 같아요."

6년 전 한 영화 제작자의 말이다. 배우 마동석이 유사한 캐릭터만 지나치게 연기한다며 한 지적이다. 합당한 주장이었다. 당시 마동석은 액션과 코미디를 오가며 두 가지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무지막지한 주먹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무뚝뚝한 남자('챔피언'과 '신과 함께', '성난 황소' '악인전' 등) 또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웃기는 사내('부라더'와 '원더풀 고스트' 등) 역할이었다. 두 캐릭터는 예상 밖 유머를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했다. 마동석은 당시 영화 '부산행'(2016)과 '범죄도시'(2017)가 잇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한국 영화 중심부에 막 떠오르는 스타였다. 하지만 인기가 금세 시들어 버릴 거라는 예측이 제법 나오기도 했다.

"얼마 못 갈 거"라는 진단은 섣불렀다. 마동석은 엇비슷한 캐릭터들로 소진되기는커녕 더 높은 곳에 올랐다. '범죄도시' 2, 3편으로 관객 1,000만 명을 연달아 동원했고, 마블 영화 '이터널스'(2021)로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최근에는 '황야'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비영어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마동석의 영리한 전략과 영상산업 급변이 만들어낸 결과다.

'황야'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남산(마동석) 일행이 과학으로 새 인류를 만들려는 미치광이 과학자로부터 소녀를 구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야기는 헐겁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과거를 알 수 없다. 남산 일행과 과학자 추종자들의 대결이 화면 대부분을 채운다. 서사를 버리고 액션에 집중했다.

'황야'는 마동석의 장기만 모아놓았다. 마동석은 '황야'에서 여전히 핵주먹을 휘두른다. 적들은 그의 한 방에 날아간다. 무심한 말투로 유머를 가끔씩 구사하며 액션으로 조여진 긴장을 이완시킨다. 지나치다 싶게 낯이 익다. '황야'는 웰메이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마동석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통한다.

전 세계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마동석에게 원하는 게 있다. 확실한 볼거리다. 촘촘한 이야기까지 더해지면 더 환호하겠으나 마동석을 내세운 액션만으로 만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황야'가 만약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실망스러운 흥행 성적을 남겼을 가능성이 크다. '황야'는 국내 관객을 우선으로 하는 극장 대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넷플릭스를 공개 무대로 택했다. 마동석은 극장과 넷플릭스의 차이를 명확히 아는 듯했다. 최근 인터뷰로 만난 그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니 "액션 수위를 더 높게 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는 이에게) 불친절할 수 있으나 이야기 대신 액션 위주로 만들려 했다"고 덧붙였다. 마동석은 '황야'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범죄도시' 시리즈에도 마동석의 전략이 엿보인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2022년 2편 때부터 매년(올해는 4편이 4월 개봉 예정) 극장가를 찾고 있다. 관객은 '범죄도시'에서 특별한 이야기를 원하지 않는다. 범죄자들을 쓸어버리는 마석도(마동석) 형사의 화끈한 액션을 기대한다. 마동석은 이야기를 숙성하기보다 빠르게 속편을 내놓는 전략으로 대중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 마동석은 빼어난 배우라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그의 상업적 감각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극장에서 한국 영화가 계속 죽을 쑤고 있는 요즘 같은 때는 말이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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