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시각 장애 일본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
2009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후 국제적 명성
3월 3일 예술의전당서 첫 내한 독주회
2011년 손열음과 듀오 콘서트 이후 13년 만에 내한
"어렸을 때 '나는 왜 눈이 안 보이지'라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피아노가 있었기에 불편함을 별로 느껴 본 적이 없습니다. 보지 못하는 것과 제 음악 사이에 관련이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세상은 일본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36)에게 '기적의 피아니스트'라는 수식어를 붙이지만 그에게 음악 여정은 그저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선천성 소안구증을 갖고 태어난 쓰지이는 16일 한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즐겁다"는 말을 반복했다.
의사인 아버지와 아나운서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쓰지이는 4세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200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나이로 비평가상을 받으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2009년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중국 장 하오첸과 공동 우승한 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한국에서는 2011년 손열음과 듀오 콘서트를 열었고 다음 달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독주회를 연다.
쓰지이는 "20대 때는 젊은 열정으로 연주했는데 지금은 좀 더 깊이 있는 표현력을 몸에 익혔다"며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많은 무대가 생기고 여러 나라를 방문해 거리를 걷고 공기를 느끼는 기회가 늘면서 표현력도 좋아진 듯하다"고 말했다.
"협연 땐 지휘자 숨소리 들으며 연주"
쓰지이는 피아노와 장애 극복 서사를 연결 짓는 것을 거부하지만 그의 무대 준비엔 비장애 연주자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는 '듣는 악보'(Music sheets for ears)를 활용한다. 악상기호와 화성 등 악보의 모든 정보가 포함된, 오른손과 왼손이 따로 녹음된 음악을 듣고 이를 통째로 외우는 방식으로 연주한다. 소나타나 협주곡 등 대곡을 익히려면 거의 한 달은 걸린다. 그는 "초등학교 때는 점자 악보로 음악을 익혔지만 그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고 했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는 유독 발달한 청각 능력이 도움이 된다. 그는 "지휘자의 숨소리에 귀 기울여 호흡을 맞추고 리허설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쓰지이는 작곡가로도 활동하며 일본 영화·드라마 주제곡 작업에 참여한다. 2011년에는 자신이 작곡한 '쓰나미 희생자들을 위한 비가'를 무대에서 앙코르곡으로 눈물을 흘리며 연주해 화제가 됐다. 그는 "내 안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나 자연 속에서 걸으며 느끼는 바람, 새의 울음소리 등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인 쇼팽의 즉흥곡들과 환상즉흥곡,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드뷔시의 '판화'를 들려준다. 라흐마니노프의 대곡 '악흥의 순간'에도 처음 도전한다. 쓰지이는 "여러 작곡가의 음악에 도전하고 싶다"며 "요즘은 라흐마니노프와 프로코피예프 등 러시아 작품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아르헤리치와 호로비츠, 아시케나지를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로 꼽는 그에게 다른 장애인 음악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는지 물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아쉬워하기보다 오히려 열정이 차오르는 낙천적 성격이라 어떤 작품에든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음악에 임하고 있어요. 음악 안에서 모두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장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즐겁게 음악을 하라고 말해 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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