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
"법관 증원 연내 결정돼야" 강조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의 핵심 인사정책인 법원장 추천제(일선 판사들이 법원장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를 현재 상황에선 계속 시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또 "재판지연 해소를 위해선 법관 증원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국회에 계류된 법관정원법(현재 3,214명)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촉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대법원 출입기자단과의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여러 법원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간담회는 준비한 원고를 읽는 대신, 현안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며 기자들의 질의에 바로 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판사정원법 개정안, 올해 통과 목표"
이날 조 대법원장이 가장 강조한 건 법관 증원과 경력법관 채용기준 세분화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 지체 문제가 심각한데 사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은 일단 했다"면서 "장기적으로 국회에 계류된 법관 증원(법관정원법 개정안)이 최우선적 과제"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12월 발의한 법관정원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각급 판사 정원을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3,214명에서 3,584명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조 대법원장은 "이번 국회 내 통과가 안 되면 기획재정부와 처음부터 협상을 해야 한다"면서 "가능한 올해 통과하는 게 사법부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법관 임용 시 필요한 법조 경력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법조일원화(일정 경력의 변호사 자격자 중 법관을 선발하는 것) 제도에 따르면, 법관이 되려면 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필요하다. 2025년에는 경력이 7년, 2029년에는 10년으로 늘어난다. 조 대법원장은 벨기에의 예를 들며 "배석판사는 3년 정도 경력이 적당하고 나머지 단독판사, 합의 재판부 판사는 7년, 10년, 15년 등으로 뽑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원장 추천제, 불안요소 우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사실상 폐지를 시사했다. 법원장 추천제는 각급 법원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후보를 추천받는 제도로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을 막는다는 취지로 김 전 대법원장이 도입했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은 "법원 구성원이 자기 법원장을 추천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면서 "입법 없이 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우리 입법례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사법부 불안요소가 되지 않도록 의견을 듣겠다"고도 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해선 "구조적 문제가 있었고 국민들에게 잘못된 일이란 인식이 있다"면서도 "재판사항이라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법원행정처가 다시 비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행정처) 인원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라면서 "국민을 상대로 설명해야지 특정 정치 세력 등에 부탁해 추진해선 안 된다고 누누이 강조한다"고 말했다.
사법의 정치화(정치가 법원을 종속시키려 하고, 판결마다 정치적 논란이 불거지는 현상) 문제에 대해선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여야 눈치나 국민 여론과 관계없이 담담히 법과 원칙에 따라 판결문으로 쓸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 단심제로 진행되는 선거무효 소송에 대해선 "고법에서 1심을 하는 게 어떤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영장 발부 판단 전 관련자를 불러 대면심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음 달 새 대법관들이 합류하는 대로 논의할 방침이다. 이 제도 역시 입법을 통해 도입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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