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부부 등 인공수정·시험관 지원
"다음 달 저출생 문제 국가 의제로"
태국 정부가 미혼 남녀 및 성소수자도 임신을 통해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난임 치료 등을 적극 지원하는 방식이다. 출생률이 7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저출생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조치다.
16일 태국 현지 매체 타이거 등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지난 14일 “아이를 갖고 싶지만 파트너가 없는(어려움을 겪는) 젊은 남녀가 임신에 성공하도록 의료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며 “조만간 관련 법을 개정할 계획”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개정 법안에는 △국영 병원 내 ‘출산 촉진 클리닉’ 설치 △인공수정·체외수정술(시험관 시술) 지원 확대 △임신 상담 서비스 강화 등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구체적인 이행 방안은 다음 달에 나온다.
정부가 고려 중인 지원 대상은 독신과 성소수자다. 촌난 시깨우 태국 보건장관은 같은 날 호스 반데라에르 태국 주재 세계보건기구(WHO) 대표와 만나 “미혼과 LGBTQ(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통칭하는 약어)도 해당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태국에서 결혼을 하지 않은 성인이나 동성 부부가 정자 또는 난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갖는 게 불법은 아니다. 다만 그간 이들이 난임일 경우 특별한 법적 지원은 없었는데, 앞으로는 인공수정·체외수정 등 보조 생식술을 통해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돕는다는 얘기다.
이는 심각한 저출생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태국에선 2022년 처음으로 사망 인구가 출생 인구를 추월하는 ‘인구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0.95명을 기록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1.0명이 깨졌다. 가장 심각한 저출생 국가인 한국(합계출산율 0.75명)을 빠른 속도로 따라오고 있는 셈이다.
개발도상국 태국이 저출산·고령화라는 ‘선진국 병’을 앓자 태국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는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이 경제 발전의 엔진 역할을 했는데, 갑작스러운 인구 감소로 성장 동력이 사라질 수 있는 탓이다. 카니카 아운짓 정부 대변인은 “저출생은 태국 경제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라며 “내달 출생률을 올리는 방안을 국가 의제로 지정하고, 자녀 양육에 드는 비용을 정부가 함께 부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비혼 여성이나 동성 부부에 대해 체외수정술을 금지하는 법률 조항은 없다. 다만 현재 산부인과학회(학회) 윤리 지침은 법률혼·사실혼 부부에게만 보조 생식술을 실시하도록 돼 있다. 한국 정자은행도 ‘법률상 부부’ 가운데 난임 문제를 가진 사람만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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