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총장에 '측근' 최달영 제1사무차장 임명
유병호 사단, 감사위원회·사무처 장악 지적
"독립 헌법기관 정치도구화… 부적절한 인사"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주요 정책들에 잇달아 칼 끝을 겨누며 '정치 감사'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논란의 핵심인 유병호 사무총장이 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유 사무총장은 현재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최근 패싱 논란 등으로 충돌이 잦은 감사위원회를 사무처가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이튿날 퇴임하는 임찬우 감사위원 후임으로 유 사무총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임기는 4년으로, 18일부터 시작된다. 차관급 정무직인 감사위원은 감사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신임 사무총장에는 최달영 제1사무차장이 임명됐다.
유 신임 감사위원은 1994년 행시 38회에 합격한 뒤 공직 생활 대부분을 감사원에서 보냈다. 2020년 문 정부 시절 공공기관감사국장 재직 당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해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저평가했다'며 당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하는 감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이듬해 비감사부서인 감사연구원장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이후 윤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참여했으며, 2022년 정권 출범과 함께 사무총장으로 복귀했다.
유 위원은 문 정부의 △탈원전 △4대강 보 해체 △서해공무원 피살사건 △주요 국가통계 조작 등 굵직한 정책들을 파헤쳤다. 감사원 안팎으로 '사상 유례없는 실세 사무총장'이란 말이 나올 만큼 감사 대상 결정과 조사 과정, 결론 도출 등 감사원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으며 '정치 감사'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유다.
감사원의 2인자인 사무총장이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로 자리를 옮기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유 위원은 현재 전현희 전 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감사위원의 경우 형사재판을 받게 되면 재판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수사 결과에 따라 '식물 감사위원'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감사원 안팎에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업무 공백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유 위원을 임명할 만큼 감사원과 공수처를 겨냥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특히 유 위원은 '전현희 감사 결과 보고서' 공개 과정에서 패싱 논란과 함께 감사위원들과 갈등을 겪었다. 참여연대 등은 해당 사건에 대해 유 위원과 최재해 감사원장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소위 '말 안 듣는 조직'에 긴장감을 주는 동시에 감사원 전체에도 일종의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며 "(이번 인사는) 공수처 수사의 방향이나 결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유병호 사무처'의 감사위원회 장악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감사원 행보에 번번이 제동을 거는 '눈엣가시'를 제거할 목적의 '호랑이굴로 들어가 호랑이를 잡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에도 이미 유 위원의 최측근인 김영신 전 공직감찰본부장을 감사위원에 앉혔다. 최달영 신임 사무총장 역시 대표적인 '유병호 사단' 인사로 분류되는 만큼, 사실상 사무처와 감사위원회가 모두 유 위원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가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법상 수사받고 있는 것은 감사위원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퇴임 위원이 생기면서 연쇄적으로 인사가 이뤄졌을 뿐이며, 해당 자리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을 임명 제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이번 감사위원과 사무총장 임용 제청과 관련해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두 명다 풍부한 감사 경험과 감사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조직 내 신망도 두텁다"며 "이들이 감사위원과 사무총장 역할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임용 제청했다"고 대변인실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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