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퀸메이커'에서 활약한 김희애
'데드맨' 시나리오, 어떻게 달라졌나
여성 연기자들의 영역이 확장됐다. 김희애는 과거 남자 배우들만의 장르가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며 남장을 생각할 정도로 부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성별의 벽은 조금씩 낮아졌다. 그는 이제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대중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김희애는 최근 영화 '데드맨'을 통해 스크린에 복귀했다.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김희애는 정치 컨설턴트 심여사를 연기했다.
심여사는 '데드맨'의 흐름을 순식간에 바꾸는 인물이다. 누명을 쓰게 된 바지사장계의 에이스 이만재(조진웅)는 절망 속에서 살아가다 심여사를 만난다. 심여사의 도움은 모든 것을 잃은 이만재에게 앞으로 나아갈 계기가 된다. 심여사는 이만재의 인생은 물론, 정치계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다. 심여사의 화려한 말솜씨, 짙은 카리스마는 '데드맨' 관객들에게 감탄을 안기는 지점이다. 김희애는 심여사 캐릭터에 제대로 녹아들어 섬세한 표현력을 보여줬다.
예전 같았다면 이러한 심여사 캐릭터가 탄생하지 못했을 수 있다. 김희애는 '데드맨' 관련 인터뷰에서 "옛날에 비하면 (여배우가) 할 게 많다. 심여사도 예전 같았으면 남자가 했을 캐릭터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 메이커'의 제작발표회에서는 "남성 배우들이 나오는 장르가 많았다. '남장하고 나와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부러웠다"고 전한 바 있다. '퀸메이커'의 김희애는 선거판의 여왕을 만들기 위해 정치에 뛰어든 황도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카리스마 넘치는 전략가 황도희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희애는 '퀸메이커'와 '데드맨'으로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역할들을 소화하며 성별의 벽을 허무는데 힘을 더했다.
'데드맨' 감독이 김희애를 위해 대본을 수정하기까지 했다는 점 또한 시선을 모은다. 하준원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부부의 세계' 몇 개월 후라 김희애 배우님에게 엄청난 작품 제안이 있었을 거다. '데드맨'을 할 거라는 상상을 안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후회하기 싫은 마음에 대본을 다시 써 김희애에게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나리오는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하 감독은 본지에 "김희애 배우님 고유의 톤과 컬러를 중시하며 그만의 독특한 카리스마가 표현될 수 있는 대사들 위주로 수정했다. 또한 실제 많은 정치 컨설턴트들이 그렇듯, 인문학과 역사학을 넘나드는 지성을 갖고 있으며 현란한 수사법을 쓰고 달변에 능한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로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혔다.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부분 중 하나인 창당대회 장면도 달라졌다. 하 감독은 "창당대회 중 조필주(박호산)와 심여사가 대면하는 장면에서 원래는 이만재를 미끼 삼아 장부를 얻겠다는 간략한 대사들만 있었다. 그런데 '왜 정치 안 해요?'라고 묻는 조필주에게 답변하면서 말로 현혹시키는 장면이 됐다"고 전했다.
작품 속 여성들은 이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기도,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권력가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김희애가 출연한 '데드맨'과 '퀸메이커'는 이러한 기분 좋은 변화를 보여준 작품들이다. 여배우들의 영역은 앞으로도 확장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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