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감독 올해 4번 타자 못 박아
홈런 35개→18개 반토막 "장타율 회복"
"우승 후보? 가을 야구 경험 쌓였다"
“젊은 선수들보다 더 잘하고 싶고, 이기고 싶다.”
프로야구 20년 차 거포 박병호(38·KT)는 머릿속에서 ‘연차’를 지웠다. 실력으로 세월을 덮겠다는 의지가 강해 “나이가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사령탑의 믿음도 굳건하다. 이강철 KT 감독은 2024시즌 개막이 한참 남은 상태에서도 4번 타자로 박병호를 못 박았다.
13일 KT의 1차 스프링캠프 장소인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만난 박병호는 “지난해 아쉬움이 많이 남아 안 쉬고 (한국시리즈 종료 후) 바로 운동했다”며 “연습량을 늘려 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일찍 준비했다”고 밝혔다. 따뜻한 해외가 아닌 국내 캠프도 시즌을 준비하는 데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그는 “캠프를 많이 해봤으니까 항상 하던 대로 하고 있다”며 “개막전을 생각하면서 연습량을 많이 가져가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2023시즌은 장타력이 유독 아쉬웠다. 2022시즌 35개의 대포를 가동해 홈런왕에 올랐던 박병호는 지난해 홈런 수가 18개로 절반 가깝게 줄었다. 이로 인해 9시즌 연속 20홈런이 끊겼다. 장타율도 그사이 0.559에서 0.443으로 하락했다. 장타율 회복을 새 시즌 목표로 설정한 박병호는 “많이 하던 타격폼을 바꾸는 건 이제 쉽지 않기 때문에 순발력을 키우기 위해 신경 많이 쓰고 있다”며 “멀리 치려면 배트 스피드가 더 빨라져야 하고, 타격 포인트도 앞에서 형성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호의 이름값을 감안할 때 기대치는 20개 이상이다. 그는 역대 최다인 홈런왕을 6차례나 차지했고, 2014년과 2015년 최초로 2시즌 연속 50홈런을 터뜨렸던 ‘국민 거포’ 출신이다. 공교롭게 20년 차 시즌에 다시 20홈런을 치면 정확히 통산 400홈런을 채운다. 이는 이승엽(467홈런) 두산 감독과 SSG 최정(458홈런) 단 두 명만 달성한 기록이다. 박병호는 “재작년에 400개를 쳐보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면서도 “20홈런이 남았다는 걸 알지만 일단 첫 번째 목표는 장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장타율만 생각하고 시즌을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리그 최고참들의 활약은 큰 힘이 된다. 1983년생 최형우(KIA)는 불혹에도 팀의 4번 타자로 활약했고, 2023시즌 후 최고령 다년(1+1년) 계약을 했다. 같은 팀에도 프로 초창기 시절 LG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박경수(40), 우규민(39)이 주요 전력으로 버티고 있다. 박병호는 “2년 전에 다시 30홈런을 쳤을 때 같은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의 동년배 선수들이 굉장히 많이 축하를 해줬다”며 “(최)형우 형이 그렇게 좋은 활약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심 타자라면 100타점도 당연히 욕심이 난다. 박병호의 타점 생산은 2018년 112타점을 마지막으로, 100타점을 5년 연속 밑돌았다. 그는 “(한 시즌) 100타점이 오래되기는 했다. 매년 크고 작은 부상이 있었다. 20대 시절을 생각하고 100%를 다해 뛰다 문제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잘 조절하면서 부상 없이 뛰고 찬스 때 1점이 아니라 2점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빛나는 KT는 올 시즌 ‘디펜딩 챔피언’ LG, KIA와 함께 3강으로 꼽힌다. 투타 전력이 모두 안정적이고, 멜 로하스 주니어-박병호-강백호로 이뤄질 ‘클린업 트리오’가 10개 팀 중 가장 막강하다는 평가다. 2020시즌 최우수선수(MVP) 및 홈런왕 출신 로하스는 4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와 박병호와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박병호 역시 “부상만 없다면”이라는 전제 조건 아래 최강의 중심 타선을 꿈꾼다.
우승 빼고 다 해본 박병호가 간절히 갖고 싶은 건 역시 우승 반지다. 키움 시절인 2014년과 2019년 그리고 지난해 세 차례 한국시리즈 무대에 섰지만 유독 큰 경기에 약한 모습을 보여 고개를 숙였다. 한국시리즈 통산 성적은 타율 0.164에 2홈런이다. 올해는 우승 후보로 주목받으면서 시즌을 준비 중인 박병호는 “선수들이 매년 가을 야구 경험을 쌓은 만큼 우승을 목표로 뛸 수 있을 것 같다”며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다들 노력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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