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안보 위협” 정보 기밀해제 요구
미완 무기설… 우크라 지원 관철용 추측
러 “미국의 속임수... 악의적 조작” 부인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이 공개 경고와 기밀 해제 요구로 미 정부의 러시아 핵 능력 관련 정보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아직 미완이어서 당장 큰 위협이 될 만한 무기는 아니라는 게 당국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 이목을 끌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관철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터너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오하이오)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늘 하원 정보위가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 관련 정보를 모든 의원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부를 상대로 해당 정보의 기밀 지정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위협 실체가 성명에 구체적으로 기재되지는 않았지만, 하원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터너 위원장은 ‘불안정을 초래하는 외국 군사 능력’을 언급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터너 위원장이 거론한 위협은 현재 러시아가 개발 중인 우주 기반 핵 능력이라는 게 미국 언론들의 설명이다. ABC방송은 위성 요격 핵무기를 우주에 배치하려 하는 러시아의 계획이 관련돼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국제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러시아의 핵 능력 관련 새 정보를 미국 정부가 의회와 유럽 동맹국들에 통보했는데,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탓에 미국이나 유럽 우방국,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등에 긴급한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미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는 “러시아 정부가 우주에서 적국 위성을 무력화하기 위해 핵폭발을 이용하는 실험을 해 왔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백악관은 당혹스러운 기색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일(15일) ‘갱 오브 에이트(Gang of Eight)’ 하원 구성원이 대상인 브리핑 일정이 예정돼 있다”며 “터너 위원장이 면담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약간 놀랐다”고 말했다. ‘갱 오브 에이트’는 미국 의회 내에서 비밀 정보 브리핑을 받는 8명의 지도자 그룹을 가리키는 용어다.
일각에선 터너 위원장이 ‘위협’을 의도적으로 과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최근 상원이 통과시킨 대(對)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 요청안을 하원도 승인하도록 압력을 넣기 위해 그랬을 수 있다’는 미국 관리들의 짐작을 전했다. 하원 공화당에는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동조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는 의원이 다수이긴 하나, 터너 위원장은 원조 찬성파다. 다만 이 정보가 기밀에서 풀리면 정보 출처와 획득 경로가 노출될 수 있다는 게 백악관의 우려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의 ‘핵무기 우주 배치설’을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15일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 동원한 속임수”라고 밝혔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부 차관도 “(미국의) 악의적 조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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