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조사 96% 개표 결과 58% 지지율
"모든 인도네시아인 위해 일하겠다"
최종 결과 나오기까지 한 달 넘게 걸려
14일 실시된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현 국방장관인 프라보워 수비안토(72) 그린드라당 후보가 당선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그가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을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삼은 까닭에 조코위의 ‘정치 왕조 구축’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여론조사기관 인도네시아조사연구소(LSI) 표본조사(Quick Count·퀵카운트)에 따르면, 개표 집계가 96.05% 이뤄진 오후 8시(현지시간) 기준 프라보워 후보 득표율은 58.17%를 기록했다. 경쟁자인 무소속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25.22%)와 집권 투쟁민주당 간자르 프라노워 후보(16.61%)를 크게 앞섰다. 전략국제연구소(CSIS)와 폴트래킹, 콤파스 등 다른 여론조사기관 표본조사에서도 프라보워 후보는 57~59% 지지율을 보였다. 투표율은 84% 수준이다.
유권자 수 2억 명, 전국 투표소가 82만여 개에 이르는 인도네시아는 개표에만 한 달 이상 걸린다.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KPU) 허가를 받아 표본으로 지정된 투표소 투표함을 조사기관이 실제 개봉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미리 결과를 예측한다. 출구조사 등 여타 방식보다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인도네시아는 1차 투표에서 1위 후보가 유효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전국 38개주(州) 중 19개 이상에서 20% 이상 표를 얻으면 대통령이 확정된다. 공식 선거 결과는 다음 달 발표되지만 당락이 크게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 프라보워 후보가 인도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민주주의 국가’ 인도네시아의 새 수장이 된 셈이다.
프라보워 후보는 이날 저녁 수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실내경기장을 찾아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모든 인도네시아인의 승리이며, 인종, 민족,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인도네시아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승리 선언이다. 새 대통령은 오는 10월 취임한다.
육군 장성 출신의 프라보워 후보는 2014년과 2019년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과 두 차례 만나 모두 패했다. 이후 조코위 대통령이 통합을 위해 그에게 국방장관직을 제안하고, 대선 과정에서 프라보워 후보가 대통령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7) 수라카르타 시장을 자신의 부통령 후보로 발탁하면서 그는 ‘조코위의 정적’이 아닌 ‘조코위 유산’을 이어받는 후계자로 자리매김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40세 미만은 대통령·부통령에 나설 수 없다’는 선거법까지 뜯어고치며 이를 지지했다. 이후 헌법에 따라 3선 도전이 불가능한 그가 장남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논란도 이어졌다. 이날 프라보워 후보가 당선되면서 조코위 대통령의 ‘세습 정치’ 역시 기정사실이 된 셈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세계적인 민주주의 불황의 시대에 인도네시아 민주주의도 퇴보하고 있다”며 “민주적 규범과 제도에 대한 뻔뻔한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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