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들고양이 관리지침 개정안 행정 예고
지침 대상 및 안락사 규정 유지 놓고 논란
환경부가 국립공원에 사는 들고양이 관리 지침을 개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들고양이가 공원에 서식하는 새들을 해친다고 지적해온 일부 조류 커뮤니티들은 이번 개정안에 길고양이를 돌보는 케어테이커와 동물보호단체의 요구사항이 대부분 반영됐다며 이에 반대하는 민원을 독려했다. 반면 동물단체들은 들고양이와 길고양이 구분의 모호성과 현실에서 이미 시행되지 않고 있는 안락사 규정을 유지한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달 5일까지 '들고양이 포획 및 관리지침'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받았다. 이는 2022년 이은주 전 정의당 의원이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관리지침 가운데 안락사 규정은 삭제하고, 길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중성화된 개체에 대한 방사 원칙 등의 내용을 보강해야 한다"며 개정을 요구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주요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개정안의 제명은 '들고양이 포획 및 관리지침'에서 '포획'이라는 단어만 빠졌다. 또 당초 지침에는 '생포 후 처리 방안'으로 ①안락사 ②불임수술과 재방사 ③학술연구용 순으로 제시돼 있었는데 여기서 학술연구용이 제외됐다.
대신 '포획 후 조치 방법'으로 '중성화 수술 후 포획한 곳에 방사'를 제일 우선하도록 했다. 원칙적으로는 제자리 방사를 해야 하지만 잡힌 위치가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인 경우 다른 지역에 방사하는 '이주 방사'가 가능하다. 또 방사가 어려운 경우 동물보호기관으로 보내고 보호기관의 수용능력 부족 등으로 보낼 수 없는 경우엔 '관리동물협의회' 논의를 거쳐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이 외에 기존에는 가능했던 총기 사용 대신 마취총을 사용하도록 했다.
일부 조류 커뮤니티에서는 고양이는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외래종이며 중성화를 해도 사냥 본능이 남아 있고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이번 개정안을 반대한다.
반면 동물보호단체들은 포획되는 위치에 따라 안락사가 가능한 들고양이와 동물보호법 대상인 길고양이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을 들었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규칙을 보면 '야생동물 및 그 알·새끼·집에 피해를 주는 들고양이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한다'고 돼있다.
이에 대해 동물자유연대는 "정작 들고양이의 범위는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실제 해당 고양이가 야생동물에 피해를 줬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특정 지역에서 관찰되는 개체가 들고양이로 분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가 근처에 주로 서식해도 포획되는 위치에 따라 들고양이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단체는 또 안락사가 중단된 2017년 이후 국립공원 내 고양이 개체 수는 2018년 322마리에서 2022년 7월 기준 187마리로 줄었고, 원주지방환경청 소관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 서식 현황을 봐도 2019년 58마리에서 2023년 59마리로 개체 수가 큰 변동 없이 유지 중인 점을 들며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고도 개체 수 관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이번 개정안에는 방사가 어려운 고양이를 동물보호기관에 보내도록 돼 있는데 대부분 수용능력이 꽉 차 있다"며 "오히려 이 조항을 근거로 안락사가 시행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우선 취합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본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이 지침은 현재도 국립공원에서 발견되는 야생화된 고양이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정안에 포함된 안락사 역시 이송이 어렵거나 질병 등으로 불가피한 경우에 관리동물협의회 논의를 거쳐 제한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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