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기업 부모 동반 설명회 늘어나
부모, 자식 취업 기업 확인 52%
구직자 우위 일본 채용 시장 단면
일본의 정보기술(IT)기업 어시스트는 지난해 12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입사 예정자와 부모를 함께 초청해 회사 설명회를 열었다. 사장이 직접 회사를 소개하고 내부 견학, 질의 응답, 식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회사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이 회사는 한 입사 예정자가 대기업을 선호하는 부모의 반대로 취업을 포기한 뒤 이런 설명회를 기획했다고 한다. 첫 설명회 전까지만 해도 정말 부모가 설명회에 참가할지 반신반의했지만, 놀랍게도 입사 예정자의 45%가 보호자와 함께 왔다. 후쿠오카현에서 온 한 대학생(22)의 부모는 “이 기업이 사람을 소중히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자녀의 입사에 찬성했다.
구직자·구인 기업 입장 역전
14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기업이 신입사원으로 채용키로 한 학생이 마음을 바꾸지 않도록 미리 부모까지 설득하는 절차인 ‘오야카쿠’가 일본에서 최근 수년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오야카쿠란 ‘부모(親·오야)'와 ‘확인(確認·카쿠닌)'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일손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구직자와 구인 기업의 입장이 역전된 일본 채용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신조어다.
유명 취업사이트인 마이나비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전날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오야카쿠를 받았다고 응답한 부모는 52.4%로, 5년 전 같은 조사 때의 17.7%에 비해 약 3배 급증했다. 이 회사 연구소는 “대학생 자체가 줄어드는 구직자 우위 시장에서 기업 간 입사 예정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격렬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녀 구직 활동 간여 부모 늘어나
자녀의 구직 활동에 관여하는 부모가 늘어난 것도 오야카쿠가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의 경우 대학교 3학년 때부터 구직 활동을 시작해 4학년 봄쯤이면 대부분 취업할 기업이 결정된다. 이때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기업이 좋은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등 입사지원서 작성까지 간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마이나비의 같은 조사에서 ‘아이의 구직 활동에 관심이 있다’고 대답한 부모는 71.3%였다. 또 아이에게 ‘입사지원서 첨삭을 부탁받았다’고 말한 부모는 18%, 아예 ‘대필을 부탁받았다’고 밝힌 부모는 11%에 달했다.
니시노 미치코 도요대 교수(가족사회학)는 자녀의 구직 활동에 간여하는 부모가 느는 이유와 관련, “아이가 취업이 실패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면 부모의 부담이 계속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녀가 노동 조건이 열악한 ‘블랙 기업’에 취직할까 봐 우려하는 부모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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