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납치했으니 돈 보내" 피싱에
모아뒀던 병원비 송금하기 직전
남편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막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속아 거액을 인출하려던 80대 할머니가 남편의 신고로 피해를 막은 사실이 알려졌다.
14일 대전경찰청 유튜브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10시 20분쯤 "'딸이 납치됐으니 3,000만 원을 입금하라'는 전화를 받고 부인이 현금을 인출하러 갔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대전 서구 관저동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80대 A씨는 이날 전화 한 통을 받고 급히 은행으로 향했다. 전화를 건 범인은 A씨에게 "딸을 납치했다"며 몸값으로 3,000만 원을 요구하더니 "은행에서 200m 떨어진 곳에서 만나 거래를 하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급하게 나가는 A씨를 배웅한 남편 B씨는 수상함을 느끼고 급히 112에 신고했다. 당시 A씨 부부의 모습이 담긴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화면에 따르면, 지팡이를 손에 쥔 백발의 A씨가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B씨가 뒤이어 탑승했다. A씨는 1층에서 내려 은행으로 향했다.
B씨 신고를 받은 경찰은 때마침 인근에서 설 명절 특별방범 활동 중이던 구봉지구대 경찰관들을 동원해 A씨 추적에 나섰다. 경찰관들은 A씨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당시 피싱범이 계속 전화를 끊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어 연결되지 않았다.
경찰관들은 은행 구역을 나눠 탐문 수색을 벌인 끝에 남대전농협 본점 앞에서 피싱범과 통화 중이던 A씨를 발견했다. 평소 병원비로 모아뒀던 3,000만 원을 송금하기 직전이었다.
경찰은 A씨를 10여 분간 설득해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인지시키고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려보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초반에는 "전화를 끊으라"는 경찰의 말을 거절할 만큼 전화 내용을 굳게 믿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싱범은 현장에서 A씨를 기다리다가 경찰이 출동한 상황을 확인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을 사칭하는 금전 요구 등은 100% 보이스피싱이니 주의하기 바란다"며 "국민 일상을 위협하는 범죄에 열심히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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