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279개 공공기관 임용·징계제도 점검
공공기관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가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공공기관 직원들이 성폭력과 특수상해 범죄, 심지어 기밀유출로 유죄를 받았지만 당연퇴직이 아닌 정직이나 경고 처분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감사원이 공개한 '공공기관 임용·징계제도 운영실태 분석'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수 100명 이상 279곳 공공기관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당연퇴직 대상을 임용 결격사유보다 관대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용 결격 사유인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 △횡령·배임으로 300만 원 이상 벌금형 △성폭력 범죄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는 3가지 경우를 당연퇴직 규정에 포함하는지 점검했지만, 한국철도공사 등 141개 기관이 이 중 일부만 적용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대표적으로 철도공사 사례를 꼬집었다. 철도공사는 인사규정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경우' 당연히 면직된다고 규정하면서도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을 때에는 그렇지 않다'는 단서를 달았다. 철도공사는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면직되는 직원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지만, 감사원은 처분 결과를 볼 때 해당 단서를 오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철도공사는 2020년 5월 특수상해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직원에게 정직 3개월 징계처분만 내렸다. 2018년 11월 폭행으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직원에 대해서는 징계처분도 없이 경고 조치만 했다. 감사원은 "단서 규정은 폭행, 음주운전, 뺑소니 등 행위에도 적용됐다"고 밝혔다. 한전KPS도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직원 A씨는 성폭력 관련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정직 3개월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노사가 짬짜미로 인사규정을 유명무실하게 만든 사례도 적발됐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4개 연구기관은 인사규정에 엄연히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한 면직 규정을 두고 있지만, 단체협약을 통해 '실형을 복역하게 된 경우'로 국한시켰다. 즉 집행유예의 경우 면직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2021년 대법원에서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직원에게 경고 조치만 했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에서 이런 일이 빈번한 이유로 허술한 법망을 꼽았다. 공공기관운영법에는 공기업·준정부기관 임원의 경우 임용 결격 사유에 해당할 경우 당연퇴직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이들 직원이나 기타공공기관 임직원에게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공공기관 직원의 당연퇴직 대상을 결격사유에 맞게 운영하고, 기타 공공기관의 징계 관련 규정을 정비하도록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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